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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학자금 대출 학생부담 ‘가중’
가난한 대학생 돕는 학자금 대출금리가 6.66%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실효 고민할 때”

올해 대학 1학년인 김소정(가명·여)씨는 여름방학 내내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등록금을 다 마련하지 못했다. 몸이 아픈 어머니만 모시고 사는 가정형편 때문에 그마저도 절반은 생활비로 써야 할 형편이다. 김씨는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한 뒤 1,2학기 모두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납입했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돼 저리대출(정부가 2% 금리보전)을 받았지만, 나중에 돈 갚을 일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전액장학금을 받지 않는 한 졸업 때까지 계속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졸업을 하더라도 이자와 원금을 다 갚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 2학기 때도 학자금을 빌린 대학생은 많았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2007년 2학기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최종 집계한 결과 30만7000명이 총 1조 338억원을 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2학기 25만8000명이 7926억원을 대출한 것보다 인원수(19% 증가)와 금액(30.4%)에서 모두 증가한 수치다.

"고금리 학자금 대출 도입취지 못살려"

학자금 대출 이용이 많아지는 데에 비례해 대출 금리도 점차 인상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금리는 지난 1학기 6.59%보다 0.07%포인트 인상된 6.66%였다. 일반 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7~8%인 점을 상기하면, 학자금대출과의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자금대출은 저소득층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고금리로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학부모 부담을 경감해준다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학생에겐 무이자 대출을, 기타 저소득층에겐 저리대출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저리대출 금리 4.66%도 높은 금리라고 주장한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4.66%도 어려운 학생들에겐 부담스럽다. 낮은 취업률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은 금융권에서도 제기된다. 건국대에 입점한 신한은행 이재천 책임상담역은 “학자금 대출이 어려운 학생을 돕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는 점에서 볼 때 금리가 비싼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낮은 금리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2학기 학자금 대출에서 무이자대출을 받은 학생은 전체 30만7000명 중 8만500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 중 9만명은 저리대출로 4.66% 이자를 갚아야 하고, 나머지 13만2000명은 일반대출로 6.66%의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매년 연체잔액 증가, 신용불량자 양산 우려도

학자금 대출금리가 높은 이유는 학자금대출증권(SLBS)의 기준금리 때문이다. SLBS 기준금리는 현재 5년만기 국고채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이번 학기 때의 기준금리는 5.36%였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오는 과정에서 1.29%의 가산금리가 더 붙었다. 대출금은 은행에서 꿔주고, 주택금융공사가 채권을 매각해 은행에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대출방식을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라고 한다. 원래는 학생과 정부가 이자를 반반씩 부담하는 ‘학자금 대출이자 보전 방식’을 시행해 오다 2005년 2학기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전환됐다. 정부가 직접 이자의 일부를 보전해주다가 신용보증을 서주는 쪽으로 바뀐 셈이다.

정부는 기존 이자보전 방식 하에선 자금조달과 위험관리를 은행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대출규모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기존에는 학자금대출을 받을 때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했기 때문에 부모가 신용불량자일 경우엔 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보증 방식’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일정부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대출금리로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넘어서진 못한다. 현재 학자금대출은 ‘10년 거치 10년 상환’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거치기간에도 이자는 내야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의 학자금 대출이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이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7월말 현재 학자금 대출 연체 잔액은 총 858억 3300만원으로 2005년 12월 94억원에 비해 9배나 증가했다. 유기홍 의원은 “연체잔액이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대학졸업자의 극심한 취업난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대출자의 대부분이 이자만 상환하면 되는 거치기간에 있지만, 2~3년 후 본격적으로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학자금 대출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소득연계상환방식 등 학생부담 최소

연 7% 정도의 이자로 4년간 4000만원을 대출받은 학생을 예로 들어보자. 이 학생이 거치기간인 10년간 이자만 갚다가 나머지 1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나갈 경우, 상환할 원리금 총액은 원금의 2배인 8900만원에 달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학자금 대출이 실제로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며 “등록금이 워낙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겐 이자를 낮춰도 힘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을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의 류기운 팀장도 “학생들에게 금리를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원적인 대책은 정부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소득연계상환방식’을 택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 졸업 후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취업해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한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셈이다. 군 입대나 미취업 상태에서도 이자는 내야 하는 우리나라 정부보증 대출방식 보다는 학생 부담이 덜하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대출재원을 마련해 대학이 학생에게 대출해주는 연방 퍼킨스론(Federal Perkins Loans)의 금리도 연 5%이다. 게다가 학생은 재학기간동안 이자지급 의무가 없다. 일본의 학자금대출은 최대 연 3%이며, 영국은 연 2.4%에 불과하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정부 예산을 늘려 학자금 대출이 저소득층 학비지원으로 실효를 봐야 한다”며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쪽으로 갔던 정책방향을 되돌아야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7-10-22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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