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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학맥 끊기나
경제학부 교수회의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 채용' 또 미뤄
서울대가 14일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를 뽑아야한다는 대학원생들과 국내외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대 경제학부에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가 없는 기간이 지속,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은 물론 다른 전공 연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서울대 경제학부(학부장 이영훈)는 교수회의를 열어 '경제학일반(정치경제학 포함 2인)' 신규 교수 2명을 임용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교수 임용 분야를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정하지도, 배제하지도 않아 사실상 미뤄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훈 학부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자를 굳이 뽑겠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배제하지도 않을 방침"이라며 "전공 분야가 20~30여개나 되는데 이 중 특정 분야를 미리 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으로 1989년 김수행 당시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를 뽑을 당시에 겪었던 진통이 또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1987년 경제학과(지금의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은 대학의 연구여건 개선을 위해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를 뽑아 달라고 요구했다. 대학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수임용공고를 통해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를 뽑기로 했다가 3개월 만에 이를 백지화했다.

학생들은 이후 수업거부와 침묵시위 등 3개월간의 투쟁을 하면서 경영대와 공과대 등 교내 대학원 자치회와 경제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결과 결국 김 교수의 채용이 이뤄졌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경제학부 교수 33명 중 유일한 비주류 분야 학자인 김 교수의 퇴임을 앞두고 후임 교수에 주류 경제학자가 임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원생을 시작으로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 학맥을 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경제학부 대학원생 70명이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강귀석씨 등 졸업생 57명, 경제학자 80명,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학계 221명 등이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역사학자인 로버트 브레너(Robert Brenner)와 경제학 분야 석학인 프레드 모즐리(Fred Moseley) 교수 등 미국 대학 교수 19명을 포함해 일본과 터키, 영국, 오스트리아 등 세계 27개국 119명의 학자들이 메일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요구를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브레너 교수는 지지 메일을 통해 "학문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지지한다"고 밝히고 "서울대는 단지 김수행 교수 뿐 아니라 그와 같은 비주류 학자들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드 모즐리 교수도 "한가지 편향된 시각의 이론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서울대가 마르크스 경제학 전통을 중단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를 포함해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가 이끄는 자본주의의 문제에 직면해있다"면서 "경제학 전공 학생들이 마르크스 경제학을 배워야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14일 경제학부 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진명(가명, 석사 1학기)씨는 "여러 학문 분야를 체험하는 것은 학문적 상상력의 원천"이라며 "굳이 마르크스 경제학자 후임을 뽑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의아해 했다.

김 씨는 "학문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여러 패러다임의 지적이 학문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에 이견을 다는 학자는 없는 걸로 안다"며 "마르크스 경제학자 채용을 미루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생과 학계의 요구에 대해 경제학부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도 빈축을 사고 있다. 이영훈 학부장은 "남의 대학 인사 문제에 그렇게 신경쓰지 말라. 그 문제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도 "기자들이 잘못된 내용의 기사를 쓰고 있다"고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학기 서울대에 개설된 마르크스 경제학 관련 교과목은 학부과정에 '마르크스 경제학', '정치경제학입문', '현대마르크스경제학'과 대학원 과정의 '마르크스경제학연구' 등 4과목으로 타 대학 교수나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03-17 오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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