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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갖추려면 대학의 독창적 강점 분야 지원을"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10) 전문가 좌담
산학협력은 이공계에 국한 말고 인문학도 연계 바람직

(※ 앞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홍덕기 : 본지가 만난 기업 CEO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리더십을 좌우한다고 얘기한다. 대학에서 인문적인 소양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박거용<사진>
: 요즘 세계에서 역사·철학· 문학 전공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철학과는 없어도 되지만, 철학교육은 있어야 된다. 문사철(문학 역사학 철학)이 바탕이 됐을 때 훌륭한 과학자가 나오는 거지, 경주말처럼 옆은 쳐다보지 않고 한 분야만 파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는 철학·정치학·경제학을 함께 공부하는 PPE(Philosophy, Politics, Economics)학과를 만들어 성공했다. 우리도 학부제를 한때 이런 프로그램부터 만들고 잘되면 넓혀야 하는데 무조건 하니깐 ‘한 지붕 세 가족’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연구력을 키우는 게 지상목표라면 밑받침이 없는 연구력은 사상누각이다.

박승호 : 그런 점에서 교양교육이 획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유학 당시 은사가 ‘전공바보’가 되지 말고 문화를 폭넓게 배우고 오라고 하더라. 한국대학의 큰 문제가 점점 개인주의화되는 것으로 건강한 시민정신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오재응
: 자신의 전공 분야와 인문사회적 소양을 길러 줘야 한다. 좋은 고교,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섭취했다는 거 아니냐. 교육적인 철학을 가지고 가야지 전문성 없이 영어만 잘하면 뭐하겠나.


박거용
: 영어로 강의하고 연구결과물을 영어로 쓰는 것을 강조하면서 영어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가는 건 문제다. 공학·경영·경제학도 기본 개념을 우리말로 만들어 쉽게 쓰게 하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본은 전문적인 번역 인력을 국가에서 지원해 좋은 책이 나오면 몇 달 안에 번역해 연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재응 :
교수업적도 번역서는 제대로 안쳐준다. 공학계는 아예 평가항목에 안 들어간다.



이영관<사진>
: 모든 것을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가 강조되는 것은 국제적인 평가기관의 지표 때문에 그렇다. 논문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과학인용색인(SCI)나 스코퍼스(SCOPUS)에 등재돼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SCI급 논문이 세계 13위로 양적으로는 급성장했으나, 피인용 지수는 28위로 질적으로 떨어진다. 특허 출원 건수도 4위지만 기술이전 수입은 낮다. 그동안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고, 평가를 통해 양적 성장은 많이 됐지만 질적인 제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질적인 제고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연구력과 교육의 국제화 노력이 주가 될 것이다.

박거용 : 나는 그것을 경계하자는 건데, 기준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번역해 가는 좋은 논문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영어를 전면 부정하는 게 아니라 반성적으로도 접근하자는 것이다. 언어는 우리의 문화와 가치관이 담겨 있고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연구력 차원에서 보더라도 영어지상주의를 문제시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박승호
: 세계적인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 사이버 교육·e-러닝 등 고등교육 체제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의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오픈코스웨어(OCW)’ 에 참여하려면 각 대학이 최소한 10개 이상을 영어강좌로 올려야 한다. 소통도구로서 적정한 수준의 영어는 필요하다.


― 홍덕기
: 대학의 양 날개는 ‘연구’와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연구력에 초점이 맞춰 교육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의평가 공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오재응<사진>
: 교육에 대한 평가는 어렵고 업적평가가 연구력 지표로 가다보니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났던 게 사실이다. 교수가 임용되면 처음에는 연구기반이 안 돼 연구를 잘 못한다. 이때는 교육 70%, 연구 30%로 평가하고 10년이 지나면 연구 70%, 교육 30%로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 교육시간이 6시간인데 절반만 하고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면 교육을 더 하는 교수에게 교내 연구비 형태로 보상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직도 미국의 교무담당처럼 전문화하고 보직교수는 봉사에 비중을 둬 평가하면 된다.


박승호
: 연구력이 없어 국제경쟁력이 없는가, 아니면 교육력이 없어서 국제경쟁력이 없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동안 연구성과 위주로 평가를 하다 보니 교육역량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고 본다. 교육은 산출물이 10~20년 후에 나타기 때문에 연구가 강조되면 교육은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 연구는 맞물려 있다. 교육이 잘되면 연구로 옮아간다. 스탠퍼드대에 갔을 때 노벨상 수상자들이 교수학습센터에서 교수법 노하우를 배우는 걸 보고 놀랐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내용 전문가=전달 전문가’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교수들이 교수법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80% 이상은 교육중심대로, 연구중심 평가시스템에 교육을 강조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오재응 : 교수법도 스킬이다. 재정지원 평가 시 학부중심 사업이면 교육프로그램을 평가해 지원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교육특성화를 해도 업적이 훌륭한 대학에서 낸 교수가 된다. 재정지원 평가도 교육특성화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 강의평가 공개도 학생들이 원하면 볼 수 있게 하면 되지 공개재판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내가 만인에게 옷을 벗고 나체를 공개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니냐.

이영관 : 우리 대학의 경우 학생과 대학 관계자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오면 원하는 교수들의 평가를 볼 수 있다.


박승호
: 줄 세우기식으로 강의평가 순위를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과목마다 성격이 다를 수 있고 대형 강의냐, 팀티칭이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전공과목에서 10명 남짓한 수업을 하면 상위 5%에 들어갈 수 있다. 순위 매기는 것은 줄 세우기로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발표했다는 건 이해가 안간다.


박거용
: 내 경우 기말고사 때 학생들이 무기명으로 수업의 개선점과 장려점을 써 달라고 하는데 그걸 보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오재응
: 올해로 교수가 된지 25년이 됐는데 10년전만 해도 연구프로젝트 수주하러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뒤늦게 철이 들어(일동 웃음) 교육을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에 강의가 있는 날은 대학원생 면담도 안하고 외부 전화도 안 받는다. 베스트 티처상을 두 번 받았는데, 1학년과 4학년을 가르치는 것은 평가때 가중치를 달리해야 한다.


이영관
: 우리 대학의 경우 1학년은 전임교원 중에서 연배가 많은 분이 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강의평가 방법도 예전보다 합리적으로 바뀐 것 같다. 점수만 쓰던 것을 요즘은 본인에 대한 평가를 주관적으로 쓰게 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볼 수 있다. 대학별·전공별로 맞는 강의평가 지표를 많이 개발해 교수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 홍덕기<사진> :
KAIST가 교수사회의 개혁을 선도하고 있고 다른 대학도 변화의 속도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수사회의 개혁이 교수력과 연구력과 연결되는데.


오재응
: KAIST와 포스텍은 연구중심대로 설립했으니깐 연구력 강화로 가는 게 맞지만 다른 대학이 그대로 받아들일 책임과 의무는 없다고 본다. 교육이 우선한 대학, 교육과 연구를 혼성한 대학은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대학도 그대로 해야 하는 것처럼 하니깐 고등교육이 정상화 안 되는 것이다.


이영관
: KAIST의 변화를 보면서 대학이 무한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있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거기에 맞춰 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양한 전공분야가 있는 종합대학은 한 가지 잣대로 움직이기가 어렵다. 하지만 KAIST의 변화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학기술 연구와 관련해서는 참고하고 있다.  연구중심과 교육중심대로 나누고 한 대학 내에서도 개별 대학이 잘할 수 있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모든 대학이 서울대처럼 될 수는 없으니깐, 고유한 독창적인 강점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



박승호
: 대학 개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성원들이 예지력을 모아 사회 변화를 선도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대학이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는 형편이다. 각 대학마다 정체성이 있고 색깔이 다양할 것이라고 본다. 교육개혁은 개성있는 단위대학들의 개별화가 제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학생들의 변화의 폭이 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별 특화가 필요하다.

이영관 : 연구를 위한 연구 말고, 실제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에대한 연구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연구비 조성을 보면 75%가 민간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대학에 투자되는 연구비가 10% 밖에 안된다. 대학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대학의 연구가 실용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거용 : 전임교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간강사 비율이 50%가 되고, 비정년 트랙과 계약직 교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교육여건을 제대로 만드는데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경쟁력만을 얘기하면서 외국의 교수확보율은 별로 따지지 않는다. 전임교원을 좀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사진= 한명섭 기자, 진행·정리= 조양희 기자>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06-09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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