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사 선임 지연에 ‘속 끓는’ 대학들
교직원 충원·발전기금 활용 등 차질... 사학분쟁조정委 23일 회의가 분수령
광운대·상지대·세종대·조선대 등 9개 대학의 이사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학분쟁조정위)의 심의만을 기다리는 대학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구 재단 측의 심의 기피 등으로 인해 심의 절차가 지연되면서 당장 2학기 교원 충원에 애를 먹는가 하면, 1000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확보해 놓고도 정상화가 안돼 활용을 못하는 대학도 있다. 그러나 사학분쟁조정위는 비공식 회의가 열리는 오는 23일이 지나야 심의 대학에 대한 처리방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8월 재단영입 공고를 내고 유진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광운대는 정상화 심의를 목타게 기다리고 있다. 재단의 정상화만 처리되면 1300억원에 달하는 재정기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법인 광운학원 박희동 사무국장은 “전 재단의 횡령으로 인해 발생한 학교의 부채를 갚고 대학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재단운영 참여자의 재정 기여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현재 학교부채에 대한 이자만 늘어나고 있어 법인 정상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고도 아직 정이사를 선임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대는 교직원 채용이 걱정이다. 정병수 법인팀장은 “당장 대학병원의 간호사 채용이 안 되고 있고, 병원 기자재 구입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차입하기로 한 19억원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현재 진행중인 교원 임용심사가 2학기 개강에 맞춰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대와 상지대도 2학기 교원 충원에 관한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대 관계자는 “교직원 충원문제가 당장 눈앞에 걸려있고, 캠퍼스마스터플랜 등 굵직한 사업들이 답보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학교 정상화에 대한 이들 대학의 열망은 크다. 오랫동안 임시이사체제로 있으면서 대학발전측면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이원우 세종대 기획처장은 “기본적으로 임시이사 체제 하에서는 대학 발전을 위한 장기적 구상을 실행에 옮길 수 없다”며 “임시이사들의 경우 재단의 장기발전계획을 추진하거나 재단의 수익용 재산을 매각하거나 하는 문제에 대해 부담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학분쟁조정위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정상화를 바라는 대학들의 기대만큼 명쾌한 결론을 도출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이사 선임 문제에서 구재단측과 갈등을 보이고 있는 세종대·조선대·상지대·덕성여대·광운대 정상화 여부는 논의되지 못할 전망이다.
조정위의 간사를 맡고 있는 박거용 상명대 교수(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는 “17일 회의에서는 전문대와 중고등학교에 관한 안건을 처리하고 4년제 대학은 뒤로 미루게 될 것”이라며 “다만 23일 비공식적인 내부회의를 열어 정상화 방안을 제출한 대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위원들 간에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대·조선대·상지대·광운대 등은 이미 올 상반기 정상화 방안을 제출한 뒤 현재 조정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상화 방안이 제출되면 1개월 이내에 심의를 완료해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범한 조정위는 아직까지 이들 대학에 대한 정상화 심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화 심의가 지연되는 이유는 구재단들이 조정위에 출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분쟁위원은 “지난 3일까지 총 3번에 걸쳐 출석요청을 했으나 구재단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구재단들은 지난 정권에서 꾸려진 현 사학분쟁조정위에서 정상화가 완료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이사 체제가 되면 대학에 다시 복귀하는 일이 봉쇄되기 때문이다. 구재단이 일부 조정위원을 문제 삼아 기피신청을 하고 회의에 불참하는 이유다. 최승구 전 대양학원 사무국장은 “조정위원 중 2명의 인사가 세종대 분규 때 참여해 분쟁의 한편에 섰던 인물”이라며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져야 출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정위의 운영규정에 따르면, 임시이사 선임 대학의 정상화를 심의할 때는 ‘해당 학교법인 기본재산액의 3분의 1 이상을 출연한 자’ 등 구재단측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학분쟁조정위가 구재단측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사학분쟁조정위 내에서는 ‘3번이나 출석을 요청했으니 할 만큼 한 게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분쟁위원들이 내부회의를 갖기로 한 23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구재단 출석을 기다리는 유예기간을 끝내고 향후 처리 방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