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7년까지 대학의 누적적립금은 총 5조5833억원에 이르고 학생등록금은 지난 5년간 평균 6.25%가 인상되었다고 한다. 대학총장도 CEO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진 이후의 나타난 숫자다. 각 대학총장님들의 각고의 노력과 동창제현들의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의 결정체라고 보아주었으면 좋겠지만 머리띠 동여매고 등록금 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아무래도 적립금이 불어난 것은 쉴 새 없이 올라 온 등록금 덕분이 아닌가 보아진다.
그 수익구조야 어떻든 대학 적립금이 불어나자 그 명세표에 관심이 간다. 얼마나 좋은 사업을 위해 그 막대한 돈을 유보하고 있는가. 연구와 장학 기금으로 약 8천억원, 건축용으로 쌓아 둔 돈이 2조원 남짓 그리고 나머지 2조원은 용도불명이라고 한다. 아무데도 쓸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리 저리 흘러나갈 돈이라면 출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내역이 밝혀져야 할 일이다. 건물을 증축한다고 하여 몇 백억원을 쏟아 부어 공실을 만들어 놓고 있는가 하면 학생들은 작업공간이 없어 이리 저리 쫓기는 것을 보면 그 대학의 총장이 진정한 CEO는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의 사회적 위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사회적 붕당체질에 오염된 탓이다. 끼리 끼리 보아주는 왜곡된 구조 때문에 연구와 학문은 정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식 공장’에 불과해 졌다. 대학은 대학답게 독립해 있어야 함에도 ‘정치’ 속에 함몰 되어 그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그 정체성을 찾는 작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회적 기여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이라는 나라의 변화는 실로 무쌍했다. 최고 권력자도 법 앞에 평등해 졌
고 배타적이던 대기업의 경영탑도 허물어 졌다. 현직 대통령은 사유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했고 범죄행위의 의심을 받거나 받았던 대기업의 회장들은 수천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맹세했다. 사회는 점점 유리창같이 되어가고 있다. 비정부 기관들의 목표물에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공격이 시작된 지는 오래다. 사학 재단의 비리 논문표절등 어찌보면
국지적 공격이었다. 그러나 5조라는 금액이 금고에 보관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대학을 바라보는 ‘감시자들’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대학이 연합하여 ‘1조원의 장학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들의 대학CEO들이 긁어만 드렸지 제대로 쓸 줄 모른다는 얘기일 수가 있다. 연구기금 1조원도 마찬가지다. 장학기금 과 연구기금에 적립금의 절반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적 기여를 통째로 망각한 거나 다름없다.
대학의 비리문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들어나 있지 않다. 설혹 개인적 비리가 있다고 하더
라도 많이 덮어두고 가는 사회심리가 존재해 왔다. 그러나 ‘고급 지식 장사’로 인식되어가고 있는 현실과 사회적 공세는 대학을 가만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민첩한 대학 CEO라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획기적으로 장학금을 늘리던가 아니면 등록금을 동결하던가. 등록금은 오르라는 법만 있는 게 아니다.
평생교육원도 더 확장하고 밴처기업에도 투자하는 하드웨어식 사회기여를 제시하기 전에 대학 자체의 각고탁마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