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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확대 '약'인가 '독'인가
'잠재력 평가' 명분 불구 '지원금 노린 졸속' 시각도
고교선 "새로운 입시 부담으로 사교육 부채질 우려"
"평가권 교사에게 돌려줘야 도입 취지 산다" 지적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온 학생 중엔 특이한 경력을 가진 학생이 많았다.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영역에 천착해 성과를 낸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다독과 도전정신으로 입학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확대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졸은교사운동이 주최한 입학사정관제 토론회.
바야흐로 입학사정관제 바람이 불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의 개혁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로 특별한 학생이 입학한 이유가 성적보다는 잠재력과 경험, 성장환경, 소질 등을 중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입학사정관제는 시행 초기 10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40곳으로 늘었다. 교과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지원을 받은 40개 대학 중 8개를 제외한 32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4401명을 선발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된 데에는 정부지원 증가가 한몫 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학에 지원금은 2007년 20억원, 지난해 157억으로 증가했다. 교과부는 다음달 중 입학사정관제 지원대학 40여곳을 선정, 총 236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부의 기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중현 교과부 제2차관은 지난 3월 “대학현장에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학사정관 관련 사교육 속속 등장=입학사정관제는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학생의 성적뿐만이 아니라 잠재력·소질·특기·발전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교과부가 공교육을 살릴 대안으로 제시했고, 대학이 이 취지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고교 현장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입 취지에는 좋지만 또 하나의 입시부담이 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입시 부담’은 사교육 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입학사정관제 새로운 사교육시장을 생성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환일고 3학년 담당 교사는 “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작성을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입시 컨설팅 업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학원가에는 입학사정관들이 원하는 ‘스펙’을 관리해 주겠다는 컨설팅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외부 업체에서 작성해 와 담임교사에게 사인해줄 것을 요구하는 학생도 있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보가 충분치 않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사교육 시장이고, 벌써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사교육의 도움으로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정성원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논술이 대입에서 중요한 전형요소로 부각됐을 때도 사교육에서 논술교육을 받았던 학생이 많았지만 답안작성이 대동소이했다”며 “마찬가지로 입학사정관전형에서도 사설 학원에서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작성해 오는 학생을 걸려낼 수 있다. 오히려 이런 학생들이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특정계층만 혜택” 회의적 시각=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을 조장시킬 것이라는 점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와 사교육과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가려내기 어렵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이를 이용해 특목고 학생 등에게 혜택을 줄 우려는 있다. 한 국립대 입학사정관은 “벌써부터 특목고를 졸업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이런저런 상을 받으면 높은 점수를 주는 쪽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하는 대학이 있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특히 학생의 잠재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선 비교과영역을 눈여겨봐야 한다. 때문에 비교과 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 학생이나 영어를 잘하는 특목고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고교 교사는 “결국 부모의 도움을 받아 각종 대외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전형에서 대외 수상실적이나 외국어 실력을 평가요소로 설정하고 있다. 손종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 틀 안에서 키워진 학생의 능력을 보자는 것”이라며 “각종 경시대회도 공교육 안에서 이뤄진 게 아니면 학생의 능력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공교육이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 교육도 변해야 ‘윈원’=고등학교의 변화도 절실하다. 한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 학생부를 충실하게 기재해 달라고 요구하면 업무 부담이 된다며 난색을 표하는 교사들이 있다”며 “교사들도 자기 제자가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일정부분 희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고교 교육과정의 일정한 개편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서울 구정고의 한 교사는 “입학사정관제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위해 어려가지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들도 학생들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 개편이라면 긍정적이란 평가다.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은 “고교교육과정이 모두 입시에만 맞춰지다 보니 동아리가 유명무실해 졌고, 진로탐색 과정이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며 “학생들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 개편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입학사정관제 모델로 평가권과 선발권을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 상근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손종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학생의 평가권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며 “우리나라 교육의 모순은 가르치는 사람에게 평가권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와 대학이 이를 교사에게 돌려주고, 교사가 학생을 충실히 평가하면 대학인 이를 검토해 해당 전공교육 목적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 - 석사 이상 교육·통계학 전공 많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이 많아짐에 따라 입학사정관에 대한 수험생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입학사정관 자격요건으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며, 교육학·통계학 전공자와 교직 경력자들을 선호한다. 교육학 전공자와 교직 경력자는 학생 관리와 평가에, 통계학 전공자는 서류 해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 입학사정관 중 교육학 전공자와 교직 경력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KAIST?고려대 등 25개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 99명 중 교육학 전공자가 42명(42.4%)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학 전공자는 1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경력을 보면 대학 강사, 중·고교 교사, 사설학원 입시교사 등 교육 관련 경력자들이 많다. 퇴직 교장과 교감을 입학사정관으로 영입하는 대학도 있다. 부산대의 경우 지난해 명예교수 14명을 입학사정관으로 위촉했다. 부산대는 “명예교수들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올해도 계속 명예교수 입학사정관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보다 입학사정관들의 경력도 다양해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범진 포스텍 입학사정관은 “학생부를 읽고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 대학들의 제도를 우리 대학 특성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외국 자료를 전담하는 입학사정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미술?건축 분야 입학사정관을 충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학별로 전임 입학사정관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실제 입학전형에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위촉돼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따라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업무 영역을 구분하기도 하고, 질문에 따라 누가 면접을 할지 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아직까지 입학사정관들의 고용형태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군현 의원의 지난해 자료를 보면 99명의 입학사정관 중 정규직은 12명(12.1%)에 불과했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단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후에야 입학사정관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영·남준석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9-05-11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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