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대 김예슬씨에 이어 서울대생까지 대학 거부 선언을 한 가운데, 대학을 거부한 이들의 대학, ‘대안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안대학은 제도권 대학의 획일화된 교육에 문제를 제기, 저항을 넘어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학교다.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자체적인 교육과정을 개설,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한다. 기존에는 일반대학에 다니면서 동시에 대안대학을 찾는 학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안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곳의 배울이는 대안고등학교 졸업생, 일반고교 졸업생, 직장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기존의 제도권 대학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대안 대학을 찾았다는 목적은 같다. 생태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인 하수용(23)씨는 “인문계고교를 나와 처음에는 남들처럼 일반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왜 대학에 가야하는 지 알 수가 없어 대안대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풀뿌리학교의 교육과정은 기초과정인 터닦기를 시작으로, 길찾기, 사회지기 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을 하게 된다. 수업은 토론과 실습 위주로 이뤄진다. 이번 학기 개설된 강의는 △다리밟기 영어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사회적 기업과 물울길 프로젝트 △기타와 밴드조직 △성찰적 삶과 개인과 사회 등 학생들 의견이 반영된 커리큘럼으로 짜여졌다.
특히 사회적 기업과 물울길 프로젝트 과목은 매주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방문하는 실무 수업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기업의 경영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토론한다. 이 학교의 류한경 교감은 "대학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성취하기위해 공부하는 곳이라며 "일률적인 교육방식이 굳어진 기존의 대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준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길러낼 수 있는 대안대학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문화공간을 창조하는 대안대학 1호 ‘온배움터’=경상남도 함양에는 국내 1호 대안대학 온배움터가 있다. 녹색대학으로 잘 알려진 온배움터는 2003년 3월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가 총장을 맡고, 김지하 시인 등 시민환경단체 인사 33명이 발기인이 되어 출범했다. 2008년 경남도교육청이 인가를 받지 않은 녹색대학이 대학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위반이라는 문제를 제기,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됐다.
온배움터는 생태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녹색문명’을 추구한다. 교육은 기초과정 2년 연구과정 2년, 전문과정 2년으로 이뤄진다. 자급자족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며 기초과정의 학생들은 학교에 살고, 연구과정부터는 마을에 살며 수업을 받는다. 캠퍼스로부터 2.5km 떨어지 곳에는 3만평 규모의 생태마을 ‘청미래마을’도 조성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몸소 생태학을 배우며 기본적인 삶을 습득한다.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으로 자신의 형편에 따라 15%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더 내거나 덜내거나 할 수 있다. 때문에 500여명의 녹지사(녹색교육을 지원하는 사람들)들이 온배움터를 후원하며 녹생문명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온배움터 생태교육 전문과정의 노재화씨는 "대학이 지성이나 인문, 삶에 대한 고민을 찾는 곳 보다 직업양성소처럼 돼 버렸다"며 "대학은 사회의 불안감을 키우고 경쟁을 부추기는 곳이 아닌, 젊은이들이 자기의 삶을 찾을 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풀뿌리학교, 온배움터 등 대안대학이라고 해서 취업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졸업 후 대기업 입사를 위해 경쟁하기보다, 생태마을의 작은 까페를 운영하는 등 사회 여러분야로 직업의 가능성을 열어둘 뿐이다. 풀뿌리학교의 류한경 교감은 "대안대학을 나와 새로운 목표의식이 생겨 잡지를 새로 만든 학생도 있었다"며 "대기업 취업이라는 경쟁대열에서 벗어나 대안대학 연대를 통해 사회의 보람 있는 일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