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추진하는 ‘국립대학 교원 성과연봉제’(이하 성과연봉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과부가 밝히는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는 기존 호봉제에서 탈피, 차등적 우수교원 보상체계를 마련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것. ‘철밥통’으로 불려온 국립대 교수들의 경쟁 풍토를 조성해 전체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당사자인 국립대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3월에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낸 후 7월 말에 대학별 운영계획을 교과부에 제출, 올 9월부터 본격 도입하는 촉박한 일정을 문제 삼는다. 의견 수렴과정이 불가능한 일방적 ‘밀어붙이기’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대규모 성과연봉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성과연봉제 교과부 시안 어떤 내용 담았나= 지난달 29일 열린 성과연봉제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된 교과부 시안에 따르면, 교수들은 S(20±5%)·A(30±5%)·B(40±5%)·C(10% 이상)등급으로 나눠 성과연봉을 받게 된다. 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2배 이상을, A등급은 평균 성과연봉 이상을 받고 C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1/4 이하를 받는다. S등급은 C등급의 성과연봉보다 최소 8배 이상을 받는 셈이다. 여기에 예외적으로 SS등급과 D등급을 따로 둘 수 있다. SS등급은 S등급 중 최소 1명 이상을 뽑아 배정한다. 단, 전체 S등급이 4명 이하면 SS등급은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D등급은 C등급 중 대학이 공시한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 못한 경우에 받게 된다. S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4배 이상을 받는 반면, D등급은 성과연봉을 받지 못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 같은 내용은 올 9월에 신규 임용되는 교수들이 처음으로 적용받는다. 2단계 적용 시점은 내년 3월. 신임 교수를 포함해 재계약 대상 교수들에게 성과연봉제 적용을 조건으로 재계약·임용할 방침이다. 교과부의 추정치에 의하면 매년 신규 임용되는 교수는 520명, 재계약 대상 교수는 1300명 정도다. 2015년부터는 전면시행에 들어간다. 전체 국립대 교수 16000여 명(2009년 4월 기준) 중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교수 숫자가 9000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교과부는 예상했다.
교과부 대학교원운영선진화TF팀 이상범 사무관은 “교과부 안은 과격하거나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관은 “평균 성과연봉은 3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교수들의 연봉이 수천만 원대라 액수가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신임 교수들부터 적용하는 것 역시 충격을 최대한 줄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2001년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매번 ‘시기상조’란 얘기만 나왔다. 결국 받아들이는 교수들의 의지 문제”라며 “논란을 겪더라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 거센 반발… 대규모 반대 서명운동= 국립대 교수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교수들의 입에선 “졸속추진”, “독소조항”, “넌센스”, “실패작” 등 강한 수위의 발언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교과부가 주최한 성과연봉제 관련 토론회 이후 당장 국교련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박병덕 국교련 상임회장은 “교과부 안은 제대로 연구팀을 꾸린 것인지 의심될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추진 절차와 시기도 의견 수렴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국교련 차원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미 전국 국립대 교수 7800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오원태 충북대 교수회 의장은 “9월부터 시행되는데 3월에 공문을 내려보낸 것 자체가 문제”라며 “연구업적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특성상 강의도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더라도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대로 검토한 후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회 의장도 “성과연봉제 반대로 교수들 의견을 모았다. 개별 찬반 의견을 낼 상황이 아니다. 국교련 입장이 곧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방적인 교과부 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희 전남대 교수회 의장은 “급여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2월에 대통령에게 정식보고하고, 교과부 시안을 내 토론회 한 번 열고 도입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실명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정책 입안자가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경북대 교수회 전현수 사무처장도 “행정명령으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졸속 정책 추진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교과부가 전체 파이를 늘리지 않는 ‘제로섬(zero-sum)’ 방식을 택한 것도 불만이다. 일반적으로 성과연봉제 전환시 플러스섬(plus-sum) 방식을 도입하는 ‘상식’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재원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실적 내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김형래 국교련 정책위원장은 “보수 총액은 그대로 둔 채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과부 측은 “공무원 보수가 동결된 상황에서 국립대 교수들의 보수만 올리기 어렵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시각”이라며 “점진적으로 플러스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교과부·교수 사이 낀 대학본부 “난처하다”= 당장 7월 말까지 교과부에 대학별 성과연봉제 운영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대학 본부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대학 본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재원 확충을 비롯한 국립대 법인화 문제와 연결된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때문에 타 국립대의 진척 상황과 교과부 입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경우가 주류를 이뤘다. 교수들의 반대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준비 작업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대학들도 많았다.
부산대 기획처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따라 연봉제 도입이 불가피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교과부가 너무 성급하게 일정을 추진하다 보니 숨이 찬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반발이 예상돼 대학 본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북대 교무과 관계자도 “사실 9월에 성과연봉제가 확실히 시행될지 의문”이라며 “다른 국립대 반응이나 교과부 입장을 살피는 중이다. 지금은 준비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교과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대학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렵다. 김귀룡 충북대 교무처장은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 처장은 “문제는 성과연봉제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국립대 법인화와도 연결될 것”이라며 “교과부가 시행한다고 했으니 피해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충남대 교무처 김영호 과장은 “올 2학기부터 뽑는 신임 교수들에게는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별 특성에 맞게 평가 기준은 조정하더라도, 성과연봉제 자체는 바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제시한 7월 말 시한을 지키기는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교무처 관계자는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대다수 교수들이 반대하는 터라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5월 중순 현재, 성과 평가 개정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듣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학내 갈등이 커지면 시한 내 운영계획 제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학 본부 교무위원들도 교수 신분이라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이진 않다. 교과부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김봉구·홍여진 기자 paper81·dike@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