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립대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내놓은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준수할 방침이다. 이들 대학은 공인 어학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 등 사교육 유발 요소가 있는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시키거나 지원 자격을 폐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대교협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공인 어학 성적 △교외 수상 실적 △구술 영어면접 △해외봉사 실적 △자기소개서·증빙서류 영문 기술 등을 배제시킬 것을 주문했다. 교과부 역시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면서 이 같은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전형을 실시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기수 대교협 현 회장이 취임과 함께 “대학들의 입학사정관 전형에 자율권을 주겠다”고 말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당장 고려대부터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고려대는 이기수 대교협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데다 주요 사립대 중 가장 많은 인원(총 모집인원 중 64.45%)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만큼 상징성이 크다.
고려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중 ‘세계선도인재전형’, ‘과학영재전형’ 등의 지원 자격을 없앴다. 각각 공인 어학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이 중점 고려된 전형들로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배성한 고려대 선임 입학사정관은 “지원 자격은 마지노선의 성격이 강해 이를 폐지한다 해서 합격자 수준이 크게 떨어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수험생들의 지원 기회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세대는 공인 어학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 ‘언더우드국제대학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시켰다. 수시 2차에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하는 연세대는 이 전형을 올해 수시 1차에서 모집할 계획이다. 김지근 연세대 입학사정관은 “100% 영어강의로 진행되는 언더우드국제대학의 특수성을 감안, 공인 어학 성적이 평가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뺐다”고 밝혔다.
성균관대도 공인 어학 성적이 중요하거나 교외 수상 실적이 반영돼 특목고 학생이 유리한 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배제시켜 운영 공통기준을 지켰다. 권영신 성균관대 선임 입학사정관은 “어학 성적이 필요한 ‘글로벌리더전형’을 비롯해 ‘과학인재전형’ 등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아닌 특기자 전형으로 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와 서강대, 한국외대 등은 홈페이지에 ‘2011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안)’을 공개하면서 일부 전형의 내용이 바뀌었음을 알렸다. 이들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 모집 요강에 운영 공통기준을 반영, 공인 어학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 등을 제출하더라도 평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양대의 경우 “입학사정관 전과정 참여 전형은 대교협에서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반영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한양대의 입학전형 계획을 살펴보면 공인 어학 성적 제출을 요구한 수시 1차의 ‘국제학부전형’과 수시 2차의 ‘글로벌한양전형’ 모두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빠져있다. 서강대도 “지난 4월 공지된 내용에서 ‘학교생활우수자전형’, ‘글로벌과학인재전형’ 등의 내용이 변경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는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글로벌인재전형’과 ‘UPEACE국제전문가전형’ 선발 시 공인 어학 성적을 반영 않는 것으로 바꿨다. 정향재 한국외대 입학사정관은 “기존에는 공인 어학 성적을 1차 선발 기준으로 삼았는데,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이 나왔기 때문에 선발 방법을 학생부 영어 교과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공인 어학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을 모집요강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공지할 예정이다. 이화여대도 ‘이화글로벌인재전형’, ‘미래과학자전형’ 같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운영 공통기준을 지킬 방침이다. 경희대 역시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네오르네상스전형’ 중 ‘창의재능인재전형’은 공인 어학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을 지원 자격으로 두지 않기로 했다.
한편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 준수에 따라 공인 어학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을 대체할 수 있는 평가 항목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학생부의 관련 교과 중심으로 평가하되, 운영 공통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이를 보완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정희 이화여대 선임 입학사정관은 “공인 어학 성적이 결정적 전형 요소는 아니었다. 큰 문제는 없다”며 “자기소개서 안에 어학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관련 문항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향재 한국외대 입학사정관도 “한국외대는 어학 능력 평가가 필요하지만 외국어 면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외국어학습활동보고서’ 양식을 만들어 수험생들이 외국어를 얼마나 어떻게 공부했는지 평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