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추진 중인 대학에 ‘수업 목적 저작물 보상금’(이하 저작권료)을 물리는 방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문화부가 밝힌 저작권 유료화 안에는 대학이 교재로 무단 사용하는 저작물에 대해 학생 1명당 연간 3천~4천 원대의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저작권료 징수를 맡은 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복사전송권협)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문화부 고시를 거쳐 2010학년도 분부터 저작권료를 거두게 된다. 일괄 납부를 거부하는 대학은 무단 복제물 이용 상황을 개별 조사해 저작권료를 물릴 예정이다.
문화부 안에 의하면 각 대학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합한 학생 수에 따라 복사전송권협에 저작권료를 납부해야 한다. 대학별로 학생 1명당 저작권료에 학생 수를 곱해 산정한 금액을 부담하며, 전체 대학들은 어림잡아 100~150억 원 가량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대학들 “범죄자 취급 어불성설, 홍보도 부족” 반발 = 대학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게다. “대학 입장에선 홍보나 유예기간 없이 올해 분부터 저작권료 징수를 적용해 당혹스럽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따라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이하 교무처장협)는 이달 안으로 의견을 수렴해 대교협과 공동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김귀룡 교무처장협 회장(충북대 교수)은 “전국 대학 교무처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의견을 묻고 있다. 의견 수렴 결과를 갖고 문화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유관 부서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과 공조해 대학들 입장 전달을 추진 중”이라고도 했다.
김 회장은 “저작권료를 일괄 징수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는 전제 하에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얘기 아니냐”며 “굳이 저작권료를 거둬야겠다면 사안별로 찾아 물리는 게 맞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정부에서 받는 돈을 정부에게 뺏기는 모양새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들은 이번 문화부 안의 ‘순수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모 사립대 교무처장은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안대로라면 100억 원 이상이 복사전송권협에 흘러들어간다. 사실상 문화부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학생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성조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은 “전체 교수회의에서 저작권 문제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저작권 위반 사례가 꽤 있을 것”이라며 “일괄적으로 학생 1명당 금액을 내라고 하면 대학 측에선 등록금에 부담시킬 수도 있다. 비용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복수 대학 교무처장들은 저작권 유료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저작료 징수에 앞서 충분한 캠페인을 벌여 개별 대학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들이 저작물을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관대한 법 적용을 바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 문화부 “대학에 유리한 제도… 대교협 역할 아쉬워” = 문화부는 이번 안을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추진할 계획이다. 저작권이 타이트하게 적용되는 때에 대학만 ‘무풍지대’로 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화부 측은 “일일이 저작권료를 물게 되면 천문학적 금액으로 늘어난다”며 “이번 일괄 징수 방안은 대학에 유리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문화부는 지난 2006년 개정된 저작권법 25조의 ‘수업 목적 저작물 보상금’ 법을 시행하는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법으로 명시됐는데 고시가 되지 않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설명. 교육용 범위 내에서 대학이 저작물에 대해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이용하는 것인 만큼 ‘선이용 후보상’ 원칙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부 저작권산업과 표광종 사무관은 “사실 ‘교육용’이란 공익성이 인정되는 한국적 정서 때문에 (저작물) 권리자의 재산권을 제한한 것”이라며 “이번에 적용키로 한 저작권료는 관련 제도를 참고한 호주의 1/10 수준이지만, 금액이 많다고 하면 복사전송권협과 대교협 협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교협이 제도를 개별 대학에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도 비판했다. 문화부 측은 홍보기간 없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대학들의 반응에 대해 “그간 제도 시행과 관련해 수차례 대교협에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개별 대학의 의견 수렴이나 조율이 되지 않은 탓인지 대교협은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표 사무관은 “대학 반발로 이 제도가 좌초되면 개별 저작권 사례에 대한 소송이 줄이어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료 문제를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대학에 유리한 제도”라고도 했다. 이어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오해다. 금액을 산출하는 툴로 이용한 것일 뿐, 대학이 부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원 상명대 교수(저작권보호학)는 “문화부 안대로라면 학생 1만명 규모의 대학은 3천만~4천만 원대를 부담하는데, 대학 재정에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닐 것”이라며 “그간 대학이 관습적으로 저작권을 어겨온 면이 있다. 비용 책정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작물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