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선거 ‘과열’ 속 ‘무관심’
불법후보에 등돌린 유권자···“학생회 무너져”
잇달아 진행되고 있는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가 ‘과열’속 ‘무관심’ 행태를 보이고 있다. 후보들이 과열 경쟁하면서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반면, 정작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저조해 선거가 연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이 일거나 불리한 기사가 나온 학보를 불법 수거하는 것은 물론, 대리시험에 음주운전 등 후보자 개인의 전과도 물의를 빚었다. 대학 곳곳에서는 “마치 한국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지적과 함께 “학생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인정보 열람 사찰의혹=고려대의 경우, 지난 24일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3개 선거운동본부의 공청회 자리에서 불법 개인정보 열람 문제가 불거졌다. 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강의정보 평가 사이트에 입력된 고려대생들의 개인정보를 총학생회가 열람했다고 주장한 것. 알아낸 정보는 총학생회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학생들을 ‘사찰’하는 데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koreapas.net)’ 등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 총학생회장이었던 전지원 선관위원장은 사퇴했고, 이번 주 진행될 투표 관리도 난항을 겪게 됐다.
한 고려대생은 “총학생회가 신상 정보를 캐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안 그래도 총학생회 투표율이 낮은데 이번 일 탓에 선거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치른 고려대 단과대 선거에서는 학생회장 후보의 자질 시비가 일었다. 정경대 학생회 선거에 단독 출마한 문석중 후보(정치외교학 08)가 대리시험을 치뤘다는 논란이다. 지난해 후배에게 대리시험을 보도록 했다가 덜미를 잡혔는데, 이번에 또 다시 단과대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문제가 됐다. 학생들은 “대리시험은 학생회장으로서 결격 사유”라 지적했고,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후보는 결국 사의를 표했다. 이에 따라 정경대 학생회장은 공석으로 남게 됐다.
■학보 몰래 수거하는 일도=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는 단과대에 배포된 학보가 모두 사라지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지난 11월 15일자 신문인 <대학주보> 1476호가 단과대학에서 하룻밤 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학주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월요일자 신문은 대개 일요일 오후에 발행되는데, 선본 중 한 곳이 미리 신문을 모두 수거해 버렸다. 누구인지 알고 있으나 선거철이기 때문에 우선은 사설을 통해 경고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별도 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주보>는 이에 따라 1477호 사설을 통해 “배포된 <대학주보> 수거는 선거에 대한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단독 후보자에게 선관위가 사퇴를 권고한 일도 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제43대 총학생회 선거에 정후보로 등록한 김영권 등록자(경제학과 04)의 경우 2건의 이의제기가 지난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됐다. 첫 번째인 ‘타인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은 물적 증거가 없어 그대로 통과됐지만, 두 번째 항목인 음주운전이 문제가 됐다. 김 후보등록자가 지난 2009년 8월 스쿠터를 운전하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및 벌점을 선고받았다는 것. 선관위는 이에 대해 사퇴를 권고했으나, 사퇴 권고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는 선거운동을 강행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문제들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선관위에 허위로 약력을 알려 세칙을 어겼고, 투표기간에 참관하는 참관인 명단을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제출키도 했다. 참관인 명단의 학생증 또는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 3차례 시정명령 조치가 떨어졌다. 모든 선전물에 기재된 허위 약력에 대한 수정을 권고 받아 공개 사과문을 부착하라는 시정명령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사퇴권고와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는 인사캠의 단독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김 후보가 사퇴할 경우, 회장 공석 사태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3차례 무산된 선거 또 연기=그동안 각종 물의와 낮은 투표율로 2차례 무산됐다가 투표율 저조로 또 다시 연기된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현재 학생회가 처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 53대 총학생회 재선거관리위원장인 조세훈씨(국어국문학과 05)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투표의 투표율이 39%에 불과해 연장투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연장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서울대 제53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무려 3번째다. 지난해 11월 열린 1차 선거에서는 개표 직전 투표함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총 37개 투표함 중 10개가 크게 손상된 사실이 발견됐다. 게다가 한 후보가 선관위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달았던 일도 밝혀지면서 의혹은 확산됐고, 선관위는 재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진행된 재투표에서는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회장 공석 사태가 이어졌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이에 대해 올해 3월 선거 무산의 책임을 따져 선관위원장을 탄핵하고, 이후 꾸려진 새 선관위가 같은 달 재선거를 실시했다. 재선거는 투표율 50%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일부 학생들이 투표인 명부에서 누락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을 명부에 포함하자 투표율이 50%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2번째 선관위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고, 총학생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 임시방편으로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연석회의가 선관위를 맡아 3차 선거가 실시됐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투표율이 저조해 이마저도 무산될 판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 교내신문인 <대학신문>이 최근 학부생 802명을 대상으로 학생사회 전반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4%가 “학생회가 위기”라고 답했다. “총학생회 부재 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자 비율도 무려 73.3%로 집계, 학생들의 냉담한 반응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기중·김봉구 기자 gizoong·paper8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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