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7일 2012년 치러질 첫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확정했다. 변호사 단체들의 입장인 50% 선보다 로스쿨들이 주장해온 80% 이상에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로스쿨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교수와 학생들 모두 ‘미봉책’일 뿐이란 성토가 쏟아졌다. 왜일까. 항변의 이유를 들어봤다.
■ ‘입학정원’ 아닌 ‘응시인원’ 대비 합격률 돼야 = 가장 큰 쟁점은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로 정한 부분이다. 로스쿨들의 입장은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학정원을 준거로 삼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합격률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경북대 장재현 로스쿨 원장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로 결정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갈수록 응시 인원은 늘어나는데 불합격자가 계속 응시한다고 가정하면 수년 내 합격률은 50%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협의회 김형주 회장도 “학생들은 반드시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변시가 운영되려면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 제기됐다. 합격률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자격시험의 성격과 맞지 않지만, 합격률을 정한다 해도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이 돼야 한다는 게다.
고려대 하경효 로스쿨 원장은 “사실 자격시험이 되려면 합격률을 정해선 안 된다. 로스쿨 교육과정을 정상 이수하면 합격시키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장재옥 로스쿨 원장도 “합격률을 정한 것은 제도 시행 초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그렇다 해도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로스쿨들은 또 응시 인원 대비를 전제로 합격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변시가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는 의견의 연장선상인 셈. 로스쿨협의회가 학생 10~20%의 유급을 골자로 한 학사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은 만큼 80~90%의 변시 합격률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스쿨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은 “학생들을 최대 20%까지 유급시키는 대신 로스쿨들이 그간 주장해온 변시 합격률 80% 이상은 관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이준영 로스쿨 원장 역시 “로스쿨 취지에 맞는 변시는 본질적으로 자격시험 형태”라며 “굳이 합격률 기준을 정한다면 응시 인원 대비, 80~90% 합격률이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첫해 내용만 결정, 로스쿨 2기는 더 불안하다 = 법무부가 당장 급한 불만 끄는 데 급급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법무부는 첫해 합격률만 정했을 뿐, 이후 변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로 미뤘다. 로스쿨 2기나 신입생 모집이 한창인 3기 학생들은 확정된 내용이 없어 더 불안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로스쿨 원장들은 이번 결정이 첫 변시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의견은 다소 갈린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두고 보자는 입장이 있는 한편 이번에 최종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관된 정책이 전제돼야 로스쿨 교육과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중앙대 장재옥 원장은 “기본틀 제시로 불확실성을 해소해 학생들이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올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고려대 하경효 원장은 “최초·최소 기준을 명확히 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철저한 학사 운영을 전제로 로스쿨 교육과정을 정상 이수하면 모두 합격시킨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미봉책일 뿐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영남대 배병일 로스쿨 원장은 “발표 내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시험을 통한 변호사 배출이 돼버리면 ‘변시 낭인’이 속출할 것”이라며 “학생들부터 불만이 많아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로스쿨 교육과정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학사 관리 엄정화나 로스쿨 도입 의미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강변했다.
진통을 겪더라도 이참에 최종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여론 역시 만만찮다. 경북대 장재현 원장은 “당장 급하다고 이런 식으로 결정해선 안 되는 문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일관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학생들도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결정으로 로스쿨 2기는 더 불안해졌다. 학생들이 1년 앞도 못 내다보게 된 꼴”이라고도 했다.
때문에 현장에선 빠른 시간 안에 일관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대 이준영 원장은 “로스쿨 도입 시점에서 이미 결정됐어야 할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로스쿨 2기 학생들 입장에선 변시 내용과 방식이 빨리 정해져야 교육받는 데 지장이 없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이에 관한 결정이 이뤄져 지속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로스쿨 인정 여부가 핵심… 도입취지 살려야 = 변시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들은 결국 로스쿨 출신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로스쿨 도입 당시 총정원을 두고 논란을 빚었을 때도, 이번 변시 합격률 공방이 벌어졌을 때도 로스쿨이 사법고시만큼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최대 이슈가 됐다.
지난 10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6개월 이상 실무 연수 의무화를 못 박은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사법연수원에서 별도로 받던 실무 과정이 로스쿨 실무 과목으로 대체됐지만 커리큘럼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변시 합격률 논의 과정에서 변호사 단체들이 로스쿨의 학사 과정 부실을 거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의혹의 눈초리가 계속되자 로스쿨 측도 강수를 뒀다. 지난 1일 로스쿨 학생의 최대 20%까지 유급시키는 학사 관리 강화방안을 들고 나왔다. 주로 방학 기간을 활용해 이뤄지는 로스쿨 학생들의 실무 연수도 내실 있게 진행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한 지방 로스쿨 원장은 “자신의 미래와 직결돼 로스쿨 학생들이 실무 연수에 더 열성”이라고 귀띔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에 대한 예단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로스쿨의 성패는 교육과정 뿐 아니라 졸업생들이 변시 합격 후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펼치느냐에 달려있다”며 “로펌이나 법원에서 마련할 관련 제도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선발된 로스쿨 출신 판·검사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판단의 근거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스쿨 학생들은 법조계 기득권을 버리고 시장에서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학생협의회 김형주 회장은 “학생들이 변시 합격률 높여달라고 떼쓴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 학생들은 변호사 배출 숫자가 많아지는 만큼 시장에 나가 법조 서비스로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로스쿨 학생들의 적극성이나 어학 능력은 호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몇몇 대형 로펌은 변시 합격을 전제로 로스쿨 1기 학생들을 ‘입도선매’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학생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입학한 경우가 많아 면학 분위기는 확실하다”며 “실력이 없다면 로스쿨 학생들을 대형 로펌이 미리 뽑았겠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