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해 VS 못해’ 고려대 교우회 진흙탕
28일 구천서씨 교우회장 인준 앞두고 갈등 고조
고려대 동문들 사이에서 교우회장 최종후보인 구천서(61, 경제학과 70학번)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구 이사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또 한 번 분명히 해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구 이사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교우회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제30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26일 고려대 교우회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 대학 7개 단과대 교우회장들은 구 이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통해 이들은 구 이사장에게 “27일 정오까지 자진사퇴 여부를 교우회 측에 서면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7명 회장들은 “만약 기소된 상태에서 교우회장으로 취임한다면, 법적 문제가 끝날 때까지 신임 회장을 지지할 수 없다”며 “통보가 없으면 요구가 묵살된 것으로 알고 신임 회장 취임 후에도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교우회 일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검찰 기소는 구 이사장에게도 억울한 일이겠지만, 교우 입장에선 전임 회장(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구속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구 교우 임기 중 불상사가 또 일어나면 교우회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신일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청탁 명목으로 불법 자금 4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현재까지 4개월 간 고려대 교우회장직은 공석 상태다.
같은날 일부 전임 교우회장, 이기택 4월 혁명고대 회장, 민주동우회 등도 ‘고려대 교우회 바로세우기운동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구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이들은 “구 이사장은 법적·도덕적으로 우리의 상징이나 얼굴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들은 또 “구 이사장은 2000년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추문을 일으키며 낙선했고 2003년엔 태권도협회장 선거에서도 폭력배를 동원해 선거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구 교우가 자성하지 않고 사퇴 요구를 거부한다면 총력을 기울여 인준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우들의 요구에도 구 이사장은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그는 “사퇴 요구가 교우회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진짜 문제가 있다면 28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도 구 이사장은 “법적 문제는 교우회가 아닌 개인의 문제다. 법 절차에 맞춰 처신할 것”이라며 회장직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은 구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구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회장 취임을 준비하고 있다. 고려대 교우회 회칙엔 신임회장으로 인준을 받으려면 300명 이상의 대의원이 참석한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 부결될 경우 3개월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은 최종 후보 선출이 사실상의 회장 당선으로 여겨져 인준 투표는 생략되는 게 관례였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정기총회에서 관례를 깨고 인준 투표가 열릴지, 인준 여부는 어떻게 결정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난 2006년 구 이사장은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었던 시큐리티코리아를 통해 비상장사인 누비텍을 우회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구 이사장은 누비텍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시큐리티코리아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또 회사자금 20억원 가량을 협력 업체와의 거래 등으로 위장해 차명 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에 구 이사장은 이달 18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 받았으나, 기각됐고 이어 불구속 기소됐다.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