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적립금·예산 부풀리기 ‘도마에’
등록금 동결 바람에도 적립금은 오히려 늘어
예산 뻥튀기로 이월금 남겨 적립하는 관행도
반값 등록금 논란이 거세지면서 대학이 쌓아둔 적립금으로 사회적 여론이 쏠리고 있다. 대학별로 많게는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고 있으면서 왜 등록금을 못 내리느냐는 불만이다. 또 △사립대의 예산 부풀리기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 쌓기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 17개교, 1년 새 적립금 100억 이상 증가=본지가 지난 3일 2009년 기준 누적적립금 500억원이상 사립대 41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만에 29개 대학의 적립금이 늘었다. 이 중 17개 사립대는 1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적립했다. 정부가 올해까지 3년째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학들의 ‘엄살’이 심했지만, 뒤로는 적립금을 늘린 대학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2010년 2월에 비해 올해 2월 현재 가장 크게 적립금이 증가한 곳은 연세대다. 3849억원이던 적립금에 지난 1년간 728억원이 추가로 늘었다. 이화여대도 지난 한해 288억원의 적립금을 늘렸고, 홍익대도 지난 한 해 동안 697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적립금이 늘어난 사례가 여럿 보인다. 계명대는 지난해 423억원을 추가 적립했고, 수원대는 396억원을 늘렸다. 이어 △청주대 384억원 △성균관대 286억원 △경원대 210억원 △국민대 188억원 △인하대·경성대 177억원 △동덕여대 144억원 △건양대 137억원 △을지대 127억원 △고려대 124억원 순으로 적립금 액수를 늘렸다.
■ 등록금 남겨 적립금 쌓는 대학도=이들 대학들 중엔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을 쌓는 대학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2010년부터 사립대 회계에서 등록금 회계와 기금(적립금)회계를 분리해 공시토록 했지만, 주요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을 쌓는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7일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등록금에서 적립금으로 전출된 사례를 보면, 홍익대는 등록금에서 적립금으로 간 돈이 544억9665만원 반면, 적립금에서 등록금으로 간 돈은 78억4370만원에 불과했다. 본지 조사에서도 홍익대는 지난 한 해 동안 697억원이 늘어 누적적립금 5537억원을 기록, 이화여대(6568억원)에 이어 적립금 순위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연세대도 적립금에서 등록금으로 나간 액수보다 등록금에서 적립금으로 쌓인 돈이 308억1812만원이나 많았다. 성균관대는 그 차액이 187억7959만원으로, 적립금에선 등록금으로 한 푼도 전출하지 않았다.
■ 예산 부풀리기도 적립금 늘리기에 한몫=이와 맞물리는 부분이 사립대의 고질적인 ‘예산 부풀리기’다.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이 매년 늘어나는 이유는 예산 뻥튀기-> 등록금 인상-> 이월금 남기기가 관행적으로 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수도권 대학 26곳의 예·결산 분석 결과 예산편성 시 수입은 2668억원 축소 편성하고, 지출은 5651억원이나 부풀려 편성했다. 그 결과 대학들은 2009년 한해에만 7966억원을 이월금으로 축적할 수 있었다.
이런 행태는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교과위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근 4년간(2006~2009년) 사립대의 미사용 이월금을 집계한 결과 그 액수가 무려 1조627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미사용 이월자금은 △2006년 7141억5979만원 △2007년 8393억8913만원 △2008년 9591억236만원 △2009년 1조 627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쌓은 적립금 가운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사용된 장학적립금은 △2007년 4444억원 △2008년 5074억원 △2009년 5987억원에 불과했다. 대학들이 예산 부풀리기 등으로 쌓은 적립금 가운데 ‘새발의 피’만 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했다는 얘기다. 반면 2001년 4조 6000억 원이었던 사립대학 전체 적립금은 2009년 10조원을 돌파했다. 8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 적립금 증액에도 나아지지 않는 교육여건=반면 대학 교육여건은 나아지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3월 28일 발간한 ‘2010 대학교육 현황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일반대 기준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수는 2000년 32.2명에서 2010년 36.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대학 도서관 좌석당 재학생 수도 2002년 3.9명에서 2010년 4.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고 적립금을 쌓아왔음에도 교육여건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교육여건의 대표적 척도가 되는 교원1인당 학생 수가 증가,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대학에 쏠리는 비판도 무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