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해 본관을 점거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법인화를 강행하려는 본부가 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주 내내 지루한 평행선을 달렸다. 전임 서울대 총장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해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은 서로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은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13일 직접 국회로 불러 현안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다만, 오연천 서울대 총장의 출석 여부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져, 오는 20일을 전후해 다시 출석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야당은 법인화법을 1년 동안 유예하는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8일 국회를 통과한 서울대 법인화법은 6개월 만에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사태는 오연천 총장이 지난 6일 학생들과 토론회를 열 때만 해도 진전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렇지만 양측이 3시간 동안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운 채 서로 겉돌다 마무리됐다.
특히, 양측은 사태의 핵심인 ‘법인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에 대해 확실한 입장차를 보였다. 총학은 이날 토론회에서 “설준위 구성이 일방적이었다”며 “즉각 해체해야 점거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오 총장은 “설립준비위는 경륜 있는 분들이 모인 상징적인 자리”라며 “법적으로 서울대가 설준위를 해체하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원우 학생부처장은 이에 대해 “법인 이사에 준하는 설준위 위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해임하지 못하며, 해임이 아니면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총학은 이러한 설명에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고 돌아섰다.
양측이 토론회에서 해결점을 모색하지 못하자, 서울대 전임총장들이 모두 모여 사태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권이혁(15대)·이현재(16대)·박봉식(17대)·조완규(18대)·이수성(20대)·선우중호(21대)·이기준(22대)·이장무(23대)·정운찬(24대) 총장 등 9명은 7일 호암교수회관에서 모여 “학생들이 불법 점거를 풀라”고 촉구했다.
권이혁 전 총장은 이번 모임과 관련 “서울대 개교 이래 총장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점거농성에 대해 “전임 총장들이 얼마나 상심하고 걱정하는지를 잘 알아달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도 서울대를 방문해 중재에 나섰다. 국회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김유정·김춘진·김영진(이하 민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유성엽(무소속) 의원 등은 지난 8일 서울대 CJ국제협력관에서 오 총장을 만나 점거농성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서울대 법인화법은 국회를 날치기 통과한 사생아와도 같은 법”이라 지적했고, 오 총장은 이에 맞서 “법 제도론적 측면에서 살아있는 법”이라며 “서울대는 국가 기관의 하나로서 법을 시행해야 할 책무를 느끼고 있다”고 계속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야당은 이에 따라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오 총장을 13일 예정된 교과위 현안보고 자리에 불러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교과위에 법인화 시행을 2013년으로 한 해 늦추는 법안도 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대 국·과장단 등은 8일 오후와 9일 오전 두 차례 본관을 항의방문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완강하게 저항해 결국 본관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재갑 서울대 총무과장 등은 이날 본관 현관에서 학생들에게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며 직원들이 업무를 볼 수 있돌고 해달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오 총장이 대화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을 돌려 보냈다.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