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억 교비횡령 혐의로 세종대 재단에서 물러난 주명건 명예이사장의 학내 복귀가 예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대 법인인 대양학원 이사회가 30일 주 명예이사장을 정이사로 선임하는 이사회 회의를 열자 학생들과 설립자가 이를 강력 반대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비리의 당사자로 지목된 종전이사가 직접 정이사로 학내에 복귀하는 일은 이례적으로 향후 교과부의 정이사 승인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대 총학생회가 30일 오전 7시 세종호텔 앞에서 주명건 전 이사장의 정이사 선임 건을 반대하는 시위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대양학원 이사회는 30일 오전 6시 30분부터 세종호텔에서 주명건 명예이사장을 정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관한 이사회 회의를 열었다. 이에 세종대 총학생회·세종호텔노동조합 등은 오전 7시부터 세종호텔 앞에 모여 이사회에 ‘주명건 정이사 선임 반대’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세종호텔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세종호텔 일부직원·세종대 일부 보직교수 등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들은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도 인정한 비리주범이 지난해 명예이사장으로 복귀하더니 이제는 정이사로 들어오려한다”며 “주 명예이사장의 정이사 선임을 강력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비리재단에 맞서 싸운 결과 온갖 전횡을 저질렀던 주명건 전 이사장을 내쫒고 민주대학의 기틀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복귀한 그의 측근들로 인해 세종대는 다시 암흑의 시대로 회기하고 있다”며 “주 전 이사장의 추천인으로 구성단 재단이사회에서 정이사 선임 건이 통과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주 전 이사장은 설립자이자 부친인 주영하 박사도 인정하지 않은 인물이며, 지난 3월 1300여명이 모인 전체 학생총회에서 그의 복귀를 반대하는 안건이 압도적 지지로 의결됐다”며 “이사회가 주 전 이사장을 정이사로 선임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호텔 진입에 실패한 학생들은 호텔 앞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세종대를 정상화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호텔 재진입을 시도했으나 다시 일부 교수와 호텔 직원 등에 의해 차단됐다. 이 과정에서 직원과 학생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8시 5분경에는 경찰이 진입해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해산을 요구했다.
결국 학생들은 항의서한을 전달하지 못 하고 다음 일정인 교과부 앞 기자회견을 위해 명동에서 교과부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들은 “주 전 이사장의 복귀 저지와 세종대의 진정한 정상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교과부가 정이사 선임 건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항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종대 설립자이자 주 전 이사장의 모친인 최옥자 목사도 정이사 선임 강력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최 목사는 공동설립자인 고 주영하 박사가 생전에 남긴 유언을 밝히고, 주 명예이사장의 재단 복귀 저지를 촉구했다.
최 목사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법과 비리의 당사자로서 대양학원의 임시이사파견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주명건을 정이사로 선임하려는 것은 설립자의 뜻은 물론이고 사분위와 교과부 정이사 선임 기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목사는 “2005년 주영하 학원장은 유언공증서에서 ‘주명건과 그 가족이 대양학원 이사직과 이사장직, 대양학원 수익사업법인기관의 직무에서 배제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는 유지(遺志)를 밝힌 바 있다”며 이사회가 주 전 이사장의 정이사 선임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세종대는 주영하·최옥자 부부가 아들인 주명건 전 이사장과의 갈등 끝에 주 전 이사장의 비리를 진정ㆍ고소하면서 학내분규를 겪어 2005년 5월부터 장기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3월 정이사진이 꾸려졌다. 하지만 정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주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주 전 이사장이 사실상 학교 운영에 복귀, 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에 설립자 부부는 교과부 정상화 조치에 불복, 교과부를 상대로 ‘세종대 이사 선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두 달 전에는 설립자 주영하 박사가 별세, 최옥자 목사와 주명건 전 이사장이 빈소를 따로 차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모자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 목사는 향후 법원측에 ‘주 전 이사장의 정이사직에서 배제해달라’는 고 주영하 박사의 유언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