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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혼돈···한국경제 순항할까
거시경제환경 악화일로···더블딥 논란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타던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고 지난달 유럽 재정위기의 큰 불을 잡았는데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탓이다.

한국의 거시경제정책 환경은 악화일로다. 성장과 고용 지표가 비교적 좋아졌지만 물가와 전셋값이 잡히지 않고 가계부채라는 숙제를 떠안은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발(發)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정부는 이날 유관부처별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외환시장은 물론 국채시장 등 금융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단기 충격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또다른 장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시정책 환경 '악화일로'

현지시각 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12.76포인트(4.31%) 폭락했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시장에서도 주요 주가지수가 3~4%씩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5일 코스피지수는 개장하자마자 2,000선이 허물어진데 이어 74.72포인트(3.70%) 급락한 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출렁였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살아있는 점도 배경이 됐지만 충격의 중심에는 이달초 가까스로 국가부도 위기를 넘긴 미국이 있다. 위기에서 벗어났는데도 미국이 또다시 패닉의 진원이 된 것은 미 경기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증폭된 탓이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해온 6천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QE2. Quantitative Easing) 조치를 6월말 끝낸 상황에서, 국가부도를 피하고자 국채발행 한도를 높이고 정부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더이상의 경기부양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실물지표가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것이라는 더블딥 공포가 팽배해진 것이다.

미 경제는 작년 연간 3% 성장했지만 1분기에 전기 대비 0.4%에 이어 2분기에도 1.3% 성장하는데 그쳤다. 5월 주택가격은 전월비 0.1% 하락했고 6월에는 기존(-0.8%) 및 신규(-1.0%) 주택 판매가 모두 전월보다 줄었다. 7월 소비심리지수가 하락했다. 6월 실업률은 9.2%로 고용시장은 부진했다.

결과적으로 2008년 월가에서 잉태된 금융위기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거시정책이 재정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 미국과 유럽의 발목을 잡았고,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한 만큼 시장 충격도 커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는 최악의 정책 환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불안이 장기화되고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정상궤도에 오른 실물경기마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7월에 연중 최고치인 4.7%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을 9월부터는 3%대로 내려놓아야 하지만 환율이 다시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대외 불안감과 합쳐져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반면 대외 불확실성 증폭은 금리 동결 요인에 가깝다.

다른 한편에선 엔고(高)에 견디다 못한 일본 정부가 엔화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다시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작년 하반기에 이어 또 환율을 둘러싼 공방이 우려되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CDS프리미엄 연 고점..정부 긴박한 움직임 속 대책 모색

정부 당국자는 이날 시장충격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해졌지만 대외 악재로 금융시장이 입을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5년만기 한국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113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로 전날보다 6bp나 올랐다. 연중 최고치이며 2010년 11월30일(122bp)이후 가장 높았다. CDS프리미엄은 국가 부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올라갈수록 부도 위험이 커짐을 뜻한다.

충격이 단기에 그칠지, 최악의 경우 장기화될지는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과 내주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책적 대응에 달려 있다.

특히 미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미국이 3차 양적 완화(QE3)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이 커진 만큼 추가 정책 대응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다.

더블 딥 우려에 대해서도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미국처럼 거대한 국가의 경제가 한꺼번에 나빠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경기지표가 한꺼번에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올해 성장 전망을 5% 수준에서 4.5%로 내려잡은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대책회의'를 동시다발적으로 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이날 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의 실무급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와는 별도로 재정부와 금융당국은 각각 내부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강구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날 오전 비상금융합동점검회의에 이어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금융합동점검회의를 부위원장 주재로 격상시켰다.

정부는 일단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외국인 자금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증시에서 돈을 빼 국채를 사는 경향이 있어 국채시장에서의 외국인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부회의 결과에 대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경제는 양호한 흐름을 지속 중이고 재정 건전성, 충분한 외환보유액, 다변화된 수출시장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불안해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주 금융시장 개장에 앞서 불안심리를 차단하고자 일요일인 7일 오후 4시 재정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이 참석하는 경제금융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 입력 : 11-08-07 오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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