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 주변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모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가 모텔촌(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게 오래다.

△네이버 지도에 일부 표시된 신촌의 모텔들, 약 110곳의 모텔이 역 중심으로 모여있다.모텔은 과거 많은 이들에게 퇴폐한 곳, 불륜의 장소 등으로 인식돼 출입을 꺼리거나 비밀스럽게 여기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눈에 비친 모텔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신촌 A모텔 사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숙박보다는 대실을 더 많이 이용한다. 또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 놀거나 공부하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생일 파티, 그룹 스터디 등의 장소로 모텔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는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만날 때 커피숍·술집 등의 영업 마감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것은 곤욕이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놀이·만남·학습의 공간으로 모텔을 이용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모텔은 대실 비용이 2만원 정도로 저렴하고 PC·DVD·게임기·먹거리 등 다양한 놀이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또 조용한 환경에서 그룹 스터디, 시험공부 등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학가 모텔촌을 배회하다 보면 가방을 메고 손에 책·노트북 등을 들고 모텔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한 대학 재학생 B씨(24)는 “여자 친구와 자주 모텔에서 공부하는 편이다. 같이 공부하고 싶은데 카페는 음악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먹고 싶지도 않은 음료를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차라리 그 돈으로 모텔을 대실한다”며 “남의 눈치도 받지 않고 공부도 편안히 하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 모텔이 놀이·학습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어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특히 면학 분위기 저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 재학생 C씨는 “학교를 오가며 모텔을 출입하는 대학생 커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의 성의식이 워낙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보기에는 좋지 않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2월 신촌역 일대를 문화·관광·상업·교육 중심지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신촌지역의 모텔을 신축하는 걸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지만 영업 중인 모텔의 경우에는 현행법에 따른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도시미관을 저해 시키는 요소들을 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