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의 재정운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강연에 전국에서 모인 기획처장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강연의 요지는 대학이 갖고 있는 기본재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강연을 진행한 공현무 현대증권 법인사업부 상무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정부의 기금운용도 증권사 등 외부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도 이제는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탁, 수익사업체, 건물에 수익률 집중= 14일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공개한 전국 1백57개 대학의 지난해 수익용 기본재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토지, 건물, 유가증권, 신탁예금, 수익사업체, 기타재산 등 5개 항목 중 신탁예금(51개 대학)과 수익사업체(37개 대학), 건물(33개 대학)에 집중됐다.
이는 대학이 수익률을 확보하는데 있어 신탁예금을 가장 선호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정 기준수익률인 3.5%(대학설립운영규정 제7조)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확보하기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확정형 금리를 적용받아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토지, 건물 등 전체 항목을 합친 수익률로 따진다면 기준인 3.5%를 넘기지 못하는 대학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백여 곳에 달했다. 이는 특정 항목에 수익률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의 재정수익이 아쉬운 상황에서 대학이 지나치게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증시 활황이 연말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기금을 운영하는 대학은 유가증권 등 투자방향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권, 주식이어 해외투자까지”= 이러한 투자다각화 요구에 주요대학들을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전문 자산운용사를 활용 이른바 ‘YES펀드’를 조성, 운영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 사모펀드인 이 펀드는 지난 2003년부터 조성돼 지금까지 꾸준한 수익을 기록, 펀드운영이 끝나는 올해 말에는 약 3천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려대도 순수채권형과 혼합형 등 5개 정도로 나눠진 자체 펀드를 운용해 8~10%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의 경우 5~6%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그밖에 채권형 펀드, 자산유동형증권(ABS),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서강대 재무과 주성영 과장은 “서강대는 일찍이 정기예금을 탈피해서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내부 인력도 전문적인 자금운영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고, 김&장 대표 등 전문 재정위원을 영입해 조언을 구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원대는 일부 기금중 확정금리가 보장된 CP(기업어음)를 선별·운영해 5~6%의 수익률을 얻고 있고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지의 국채를 통해서도 7%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강조하는 사회적 정서는 대학재정운영에 있어 고민을 낳는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한 대학은 교비를 주식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최병렬 서울·경기지역 사립대학교 재정부서장 협의회장은 "해외대학들의 경우 대부분 펀드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손해가 나면 안된다는 정서상의 이유로 (펀드운용에)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수익률 개선을 위한 많은 고심에도 안전한 관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재정운영, 자율에 맡겨야 주장도= 교육부의 지나친 규제가 대학들의 수익률 확보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있다.
수익용 기본재산 중 50억원 이상을 움직일 경우 교육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또한 그 절차가 까다로워 보통 2~3개월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투자의 적기를 놓치기 쉽다는 주장이다.
재산운영에 있어 손실을 봤을 때도 학교와 관할청 측에 책임을 묻게 돼 있어 모두가 소극적인 입장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건기 전국기획처(실)장협의회장은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운영에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걸어놓은 측면이 있다"며 "대학 자율에 맡길 수 있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준·유종수 기자 hjlee·miso@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