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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을 이루는 작은 움직임으로 봐주세요
건국대 정영섭 교수는 학계에서 '서울대 폐지론'의 대표주자로 통한다. +그런 정 교수가 최근 '서울대 폐교론'을 주장한 논문을 발표해 대학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를 폐교해야 한다는 정 교수의 주장은 이미 지난 96년 건국대 학술지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그 때만 하더라도 '한번 해보는 객쩍은

소리'정도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대 폐교의 당위성을 공식적인 연구 논문으로 내놓아 학계의 비상한 괸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 전체의 이익과 장래를 위하여, 참다운 '제2의 건국'을 +원힌다면 국립 서울대는 폐교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가 주장하는 +요지다. 정교수는 먼저 서울대를 서울대라 부르지 않는다. 국립서울대를 줄인 '국서대'라고 호칭한다. 우리나라 모든 교육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대학이 바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대'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 교수가 논문을 통해 서울대 폐교론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대는 '독점 공기업'이기 때문에 폐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립서울대의 공급자 조건이 독점기업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교육이라는 재화는 경제원칙에 의해 공정하게 배분되고 정부는 이를 +관리해야 하는데 서울대가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것. 즉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민영화를 통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듯이 서울대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가 독점공기업이라는 정 교수의 주장은 일관되게 논문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먼저 서울대는 재정수입중 국고보조금 60%, 납입금 34%, 기타수입 6%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국고 보조금 1%, 납입금 76%, 재단전입금 14%, 기타수입 9%로 이루어져 있는 사립대의 재정구조와는원천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기부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립대는 전액 손비처리되지만 시립대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등 차등적용 되고 있고 등록금도 사립대 절반수준의 가격덤핑으로 대학간 경쟁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정교수의 해설이다.

"서울대는 수재를 뽑아서 둔재로 만드는 학교입니다. 교육의 국가독점기업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가 결국 경쟁상대가 없음으로써 스스로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죠"

더구나 정 교수는 독점적인 교육 공급자로서의 서울대 폐해뿐만 아니라 서울대 학벌에 의해 독점된 지도층의 정치적 폐해까지 경고했다.

정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정원은 4년제 대학 총정원의 2.5%에 불과하지만 행정각료의 60%, 대법원장, 검사장급 이상 법조인의 74%, 4년제 대학교수의 31%, 국회의원의 20%이상을 서울대출신 인사들이 +점유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런 사실들이 국민들에게 서울대 학벌자체가 성공의 필수충분조건이라는 잘못된 인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교수는 이것이 다름아닌 '학벌우상에 의한 전 국민적인 집단최면'이라고 단정한다. 즉 서울대에 부여된 인위적인 경쟁우위가 불공정한 공급자조건을 조장하였고, 이것이 대학간의 경쟁질서를 왜곡해 초, 중등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교육효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이러한 논리는 독점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학벌이 사회 각 +분야로 배출되었을 때 지배학벌과 여타 학벌간의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해질뿐더러 같은 지배학벌내에서도 서로 봐주기식 풍토가 팽배해 각종 부패만 더욱 곪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벌사회의 폐해를 정 교수는 가까운 친구를 잃음으로서 또 한번 통감했다. 독일에서 같이 유학한 정 교수의 친구가 박사학위를 따고도 인맥과 학맥으로 얼키고 설킨 국내의 학문풍토 때문에 결국 교수자리를

얻지 못한 것을 비관해 목메 자살하는 불상사가 생긴 것. 특히 정 교수는

정치적 폐해의 정점은 지배학벌만의 이익이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둔갑해 종국에는 '최고선'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96년에도 교육단체의 기관지에 투고를 했지만

그의 글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듣게된 정 교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지 편집자들이 서울대 출신이었다는 후문을 들은 것.

정 교수는 건국대 경제학과 62학번으로 독 마인츠대를 거쳐 86년부터 +현재까지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 교수의 전문분야는 +국제경제학, 화폐금융론, 정치경제학.

정 교수는 대부분의 서울소재대학 지방캠퍼스의 교수들과는 생활방식부터 +다르다. 그는 주말에만 아내와 두 딸을 보러 상경하고 평소에는 +충주시내에서 홀로 때늦은 자취생활을 한다. 그래서 건국대 충주 캠퍼스 사회과학관 4층의 정 교수 연구실은 함상 밤늦게까지 캠퍼스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혹자는 서울대 못나온 열등의식에서 정 교수의 서울대 +폐교론이 제기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한 정교수의 입장은 더욱 단호하다.

"서울대 문제는 국가 전체를 역사적으로 인식할 때만 깊이 있게 볼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떠받든 서울대도 결국 세계 8백위권에 머물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들은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건국한지 올해로 50년이 지났지만 교육문제에 있어서만은 아직 후진국과 별반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 교수는 논문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이 +현실화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데에는 일단 동의한다. 정교수의 +주장이 아직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고 학계에서는 지금까지도 황당한잡음정도로 내비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 교수는 "잘못된 일반의 통념을 불식시켜 나가는 작은 움직임이 결국은 큰 일을 이루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학자적 양심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이때까지 지식인들은 돈과 권력의 시녀역할만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학문수준은 이직 한참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IMF를 미리 예견하지 못한 학자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차려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기엔 우리들 각자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제1의 대학을 폐쇄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정교수는 의외로 +순진무구했다. 취재진을 학교 정문까지 배웅나오며 통학버스 매표소

아주머니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정 교수의 모습에서 진정한 더부살이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그래서 정 교수가 강의시간 짬짬이 학생들에게 해 준다는 말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개척해야 한다.

홍기삼 기자 (news@unn.net) | 입력 : 98-11-18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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