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는 연세대(총장 정창영)의 경우. 연세대는 29일까지 6차례의 등책위를 진행했으나, 최대 관심사인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연세대는 이번 주중 등록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 사실상 대학본부측이 제시한 인상안이 그대로 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에 설립된 등책위는 학교와 학생 양측이 등록금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 연세대는 △교수평의회 △기획실 △학생복지처 △직원 대표 등 교직원 관계자 6명과 △서울캠 총학생회 △원주캠 총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 추천학생 등 학생 대표 6명으로 구성된 등책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등책위는 ‘심의’가 아닌 ‘협의’ 기구다. 교수평의회(의장 이상조·이하 교평)의 불참에 따라 현재의 등책위는 학생들에게 인상요인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자리일 뿐, 등록금 책정에 관한 의결권은 없다는 게 학교측의 입장. 정정래 예산조정부장은 “교평 교수들이 나오지 않아 ‘심의 기구’가 성립되지 않지만, 학생들과 등록금에 대해 협의한다는 차원에서 등책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조 교평 의장은 “의도적 불참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교평은 예산문제에 대한 사전 정보나 전문지식이 없어 참가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일반 교수들로서는 재정에 관한 한 추상적 판단 이상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재정 문제는 학교를 직접 운영하는 재정 담당자들에게 맡긴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평은 2006년에도 등책위에 참가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간 등책위를 통해 △입학금 세부용도 및 인상이유 해명 △학교 신규사업 비용 공개·설명 △재무전문가 배석 △학교측 예산 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에서는 예산집행내역 및 자료 공개를 꺼려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률에 관해서는 학교측이 아직 안(案)을 내지 않았다”면서 “향후 등책위 자리를 통해 입장차를 좁혀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등책위 진행상황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표정들이다. 이 대학 자유게시판(http://www.yonsei.ac.kr)에는 등책위 진행상황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등책위가 ‘협의’ 기구라면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박상은(사학·4) 씨는 "교평의 불참은 결국 대학본부가 제시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대학본부 관계자들은 등책위 자리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일 뿐, ‘협상’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등책위 협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을 경우 비상회의를 개최, 등록금을 결정·고지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등책위는 학교측의 일방적인 등록금 결정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개나리투쟁’과 같은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그러나 실제로는 등책위가 파행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보여주기’식 기구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다.
등책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학교측은 논의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학생측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생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 ‘반대를 위한 반대’나 ‘보여주기식 회의’를 넘어 등록금 책정을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등책위 자리에 재무전문가를 참석시켜 구성원 전체의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