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부터 16대 총장으로서의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이 총장은 그러나 여전히 “할 일이 태산 같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제 하드웨어 쪽은 어느 정도 했는데 소프트웨어 쪽으로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며 “2020년까지 대한민국 리더의 10%를 양성해 내는, 세계 최고의 리더십 대학으로 숙명여대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 12년 전하고 학교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이 변했다. 양적으로 보면 우선 건평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 10년 동안 건물을 19개 지었다. 오는 7월에 준공되는 대학원 건물(진리관)이 스무 번째가 된다. 질적으로야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지난해 대학종합평가에서 학부와 대학원 모두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교육과 사회봉사’ 영역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그런 대학이 없다. 연고를 따지지 않고 실력으로만 교수를 채용하니까 우수한 교수진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제 질적으로도 좀 다져진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말 세계적인 대학으로 되려면 아직도 할 일이 많다.”
― 이번에 취임하면서 2020년까지 10%의 대한민국 리더를 숙명여대가 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2004년부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선정하는 ‘리더십 특성화대학’이 됐다. 대외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뿐 아니라 재정지원을 받는다. 리더십에 대해서는 처음 취임할 때부터 강조했으니까 10년 이상을 이야기하고, 실천하고, 프로그램으로, 교육으로 많이 했는데 교육부에서 인정하고 지원하게 되니까 날개를 단 셈이다.
커리큘럼 자체를 리더십 중심으로 다 바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1학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모두가 리더십 교양학부에 들어가 관련 학점 14학점을 습득해야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읽기·쓰기·발표·토론 등 리더십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의사소통에 대한 기초 체력을 단련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이 먼저 창조적인 지식인이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미래형 기술이라 해서 전산과 영어에 대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산은 일반 정보처리 자격증으로 되지만 영어는 특히 최근 국가 공인을 받은 ‘MATE’ 점수를 일정 수준 이상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앞서 말한 리더십 교육을 받아야 하고, 또 봉사적인 성품이라 해서 봉사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장학금 신청도 안 되게끔 제도화되어 있다.”
― 전부 리더로만 육성하면 다른 분야의, 예를 들면 산학협동이라든가 그런 분야는 어떻게 해결하나.
“흔히 리더라고 하면 전통적인 의미의 권위주의적이고 군림하는, 자리에 의한 리더십을 생각하는데 우리는 리더십의 정의를 나름대로 재정립했다. 쉽게 얘기하면 섬기는 리더십이다. 리더십을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인격의 만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숙명 리더십’은 많이 나올수록 좋다. 예를 들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잠재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도와주는 배려의 리더십이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필요하다.”
― ‘일국의 지도자’, 그런 개념과는 다른 것 같다.
“지도자는 지도자인데 섬기는 지도자다. 예를 들면 ‘링컨 리더십’ 같은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사실 리더라고 존경받는 사람은 다 섬기는 리더들이다. 그것이 우리 문화에도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 특히 지방대학에서 심각한데, 대학도 학생들이 모자라는 시대로 들어갔다. 대학을 오래 운영한 입장에서 우리나라 대학 운영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좋은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고 보는가.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가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고, 다음으로 그 비전을 구성원들이 공감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세 가지를 대학에서 한다는 게 참 힘들다. 비전을 세우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런데 대학에는 흔히 교수 수만큼 총장 수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모두들 총장 될 자격과 개성들이 있는 분들이라 공감대를 형성하고 같은 생각으로 공감하는 일이 상당히 힘들다.
또 하나는, 실현될 수 있는 비전이 되려면 사실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게 한 되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잘 알다시피 사립대에 지원하는 국가 지원금이 4%박에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하는 곳에는 이렇게 지원이 적은 데가 없다. 우리는 그야말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 요즘 대학들마다 모금도 시작하고 수익사업도 하고 그러는데, 그게 될 수 있는 학교가 있고 그렇지 못한 대학이 있다. 전통이나 역사, 졸업생이 많으면 어렵긴 하지만 되는데, 그렇지 않은 대학은 잘 안된다. 재정적인 충당이 안 되니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그런데다가 전체적으로 외부에서 오는 압력이 굉장히 강하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는 대학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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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 입학을 할 때 그 당시에 재정 지원하고 학생이 들어오는 것은 반대다. 그건 맞바꾸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정말 사심 없이 교육을 위해 투자하고, 그래서 그 학교에 공헌을 했다면 손자 때쯤 가서 일정 수준의 실력이 되면 생각해 보는, 이런 식으로 융통성 있게 풀어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 문제하고도 연관이 되는데, 대학과 관련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율성과 책무성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자꾸 규제 중심으로 가는 것은 발전을 위해서 이제 재고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 조금 다른 질문인데, 남북문제가 전공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핵문제와 6자 회담, 위조지폐에 일본 문제까지 여러 가지가 얽혀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으로 보나.
“현안문제에 집착해 임기응변으로 풀기보다 원칙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통일의 미래상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 통일의 방식이나 과정, 이런 데 대해 전체가 합의하는, 공개적인 의사표명의 과정을 거쳐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일이 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후에도, 모르긴 해도 남쪽에서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는데, 그때 자기가 거기에 동의를 했어야 비용도 부담할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그 과정을 위해서도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 올해가 1백주년인데 앞으로의 숙명 1백년에 대해서는 어떤 상을 그리고 있나.
“앞으로의 1백년은 민족 여성사학으로서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세계화된 대학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세계화에서 제일 근간이 되는 것이 결국은 리더십이다. 우리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니까 어떤 리더를, 어떤 인재를 키워내느냐에 따라 그 학교도, 그 나라도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숙명여대의 경우는 ‘섬기는 리더’들을 많이 키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에 앞으로 15년을 보면서 나온 것이 ‘숙명 비전 2020’이다. 우리 졸업생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10% 정도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건 숙명여대에서 4년 동안 다닌 사람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리더십개발원 같은 데서 ‘숙명 리더십’을 교육받고 훈련받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마음가짐을 그런 쪽으로 바꿔먹으면 된다. 수직적인 사고에서 수평적인 사고로 폭을 넓혀서 사고하는, 그 분들이 10%만 되겠는가. 50%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공헌이나 준비를 숙명여대가 해내야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섬기는 학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정리 : 권형진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