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8일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사 15명 전원이 참석했으며 5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 참석이사는 전했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지난 2004년 7월 취임한 러플린 총장은 당초 계약대로 오는 7월 13일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이사회는 러플린 총장에게 석좌교수직을 제의하기로 결정했다. 러플린 총장이 노벨상 수상자(물리학)로 국제 과학계에 명성이 높아 퇴진하더라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경우 자칫 한국 과학계의 위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러플린 총장의 ‘재계약 연장 불가’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러플린 총장은 카이스틀 학부중심의 종합대학으로 키우려는 학교 비전을 제시해 교수진과 마찰을 빚어왔다.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에 맞춰 의대·법대 전문대학원 진학반을 개설하고, 학부생을 2만명으로 늘리는 대신 사립대 수준의 등록금을 받자고 주장했다.
중간 평가를 앞두고 연임 반대 여론이 높았다. 지난 22일 학장 4명 중 3명이 사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27일에는 학과장 20명 전원이 사퇴서를 제출했다. 올 초 교수협의회는 응답자의 89%가 러플린 계약 연장에 반대한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사회 직후 한 이사는 “5인업적평가소위원회의 보고를 듣고 난 뒤 장고 끝에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 업적은 있으나 의사소통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임기를 연장하더라도 학교를 이끌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플린 총장의 연임 실패가 곧 외국인 총장제도의 실패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