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기준(안), 1차 때보다 완화
로스쿨 교육과정분야 설치 및 인가 심사기준 연구팀(팀장 김신복 서울대 교수, 이하 연구팀)은 2일 오후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심사기준(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부터 교육인적자원부 용역을 받아 ‘로스쿨 설치 및 인가 심사기준 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1차 안을 구체화하고 일부 수정했다.
‘경과 및 주요쟁점’을 발표한 김제완 고려대 교수는 “연구소 기금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추는 등 1차 안에 비해 심사기준(안)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물적 시설과 인적 요소에 실적보다 계획평가 성격을 대폭 강화했다. 총 입학정원이 제한돼 극소수 로스쿨만 인가될 경우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가인가 후 본인가 때까지는 갖춰야 한다.
세부지표별 평가척도도 구체적이고 확정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1차 안처럼 확정적으로 평가척도를 제시할 경우 만점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학 간 과열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교과과정에 대해서는 심사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했다.
국·공립과 사립대, 일부 지표 달리 적용
연구팀은 일부 평가지표의 경우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달리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학교재정 상태에 대한 평가는 사립대에만 적용한다. 국가예산에 따라 움직이는 국·공립대에는 적용이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구소 기금과 장학금 비율처럼 평가지표는 같아도 기준을 달리하는 것도 있다. 사립대는 연구소 기금 30억원이 만점이지만 국·공립대는 20억원만 갖추면 된다. 전액 장학금 비율도 국·공립은 재학생의 20%(사립대는 30%)이상이면 된다. 국·공립과 사립대가 경쟁할 경우 이들 지표는 제외하고 평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머지 평가지표는 사립대와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김 교수는 “현재처럼 상대평가를 할 경우 국·공립대가 가지는 제도적 한계점과 지방대가 가지는 여건 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최종 인가과정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할 부분이라 연구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그래도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다”
연구팀은 낮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학 쪽은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반응이다. 토론자로 나선 정병석 전남대 교수는 “이상적인 로스쿨을 상정해 현실적으로 최상위의 여건을 지난 대학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향후 총 입학정원과 전체 로스쿨 수에 따라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경영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나온 이한규 경희대 법인사무처장은 “평가기준이 높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압박을 주게 될 것”이라며 “등록금 수준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가급적 인가 심사기준을 시설 등 정량적 평가보다는 교육목표, 교육과정 등 정성적 평가에 가중을 두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로스쿨 개교, 최소 1년 이상 늦춰야 지적도
로스쿨 인가기준은 로스쿨의 모습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총 입학정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날 공청회 참석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 법안조차 통과 안 된 탓이 크다. 국회를 최종 통과한 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총 입학정원과 전체 로스쿨 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 여부가 결정되는 현실적인 평가지표를 설정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최완진 한국외대 교수는 “인가심사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아무리 미리 대비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로스쿨이 졸속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행시기를 최소한 1년 이상 늦춰야 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대표해서 나온 오욱환 변호사도 “서둘러 가서는 안 된다”며 여기에 뜻을 같이 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심사기준(안)은 교육부 공식 견해는 아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심사기준은 법학교육위원회가 만든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체로 이런 정도의 척도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일종의 모의시험 성격이다.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하나의 제안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공청회를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심사기준(안)을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곽창신 교육부 대학혁신추진단장은 공청회 끝머리에 나와 “여야 합의로 법안의 형태는 거의 잡혔다고 보면 된다. 로스쿨 탈락대학들에 대한 방안을 연구하는 등 2008년 3월 개교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공청회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