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KEDI)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를 받아 최근 발간한 ‘UNESCO/OECD 고등교육 질 보장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 대한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이 지적하고, “가이드라인이 국제법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회원국 간에는 사실상 강제 이행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대학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UNESCO와 OECD가 지난해 공동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특정 국가에서 획득한 학위나 자격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틀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가 간 교류뿐 아니라 개별 국가의 고등교육 질 보장 전반에 대한 권고안을 담고 있어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가이드라인,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연구책임을 맡은 이병식 KEDI 부연구위원은 “가이드라인은 고등교육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지 상관없이, 그 교육 자체의 질적 수준 보장에 책임을 질 것을 제안한 것”이라며 “대학 자체 및 외부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질 보장과 관련된 활동 및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해당 지역 또는 국제적으로 관련된 이해당사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가이드라인은 정부, 고등교육기관, 학생 등 국가 간 고등교육 서비스 공급과 관련된 기관과 단체를 여섯 개로 분류해 각각의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교육과정이나 학위에 대한 평가인증시스템을 갖추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보를 국내외 대학에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고등교육평가원 같이 고등교육 평가를 총괄·조정하는 기구를 만들고, 분야별로 민간평가기구를 활성화시키라는 주문이다.
대학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질 관리 체제를 상시적으로 구축하라는 것이 핵심 요구다. 또한 고등교육 질 보장과 관련한 국내외 네트워크에 참여해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국제적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가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학과나 분야들의 경우에도 네트워크를 만들어 상호인정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단순히 대학의 역사 소개가 아니라 교육과정, 학위인증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는 유학이나 연수를 갈 경우 그 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기구로부터 인증을 받았는지, 그 대학에서 수여한 학위가 자기 나라에서 인정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미리 확인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국제인증 적극 나서야= UNESCO 주도로 60년대에 시작된 ‘고등교육 관련 학위 및 자격 상호인정’에 대한 논의가 별 진전이 없다가 OECD가 적극 참여하면서 타결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평가지원과 황성환 사무관은 “겉으로는 질 나쁜 교육에서 수요자를 보장하자는 취지이지만 교육시장 개방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 사무관은 “지금도 지방 사립대의 경우 국제적 인증을 못 받아 외국 대학의 상급 과정에 진학할 때 학위를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어떤 대학이 수여하는 학위나 교육프로그램이 국내외적으로 일정 수준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무너진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대학이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국제인증을 받은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KEDI가 전국 1백3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11개 대학만이 국제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을 통한 공학 분야와 ISO에 몰려 있었다.
이병식 KEDI 부연구위원은 “가이드라인은 향후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큰데도 조사대상 대학의 4분의 3이 잘 모르고 있었다”며 “국내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사항인 만큼 고등교육 질 보장 체제를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하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