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산학협력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산학협력 성공을 위한 10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김동근 상주대 산학협력단장, 김영기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장, 김종호 서울산업대 산학협력단장, 김호근 교육부 산학협력과장, 박상규 강원대 산학협력단장, 서용성 영동대 산학협력단장, 오재응 한양대 기획처장, 이준승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장,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편집자>
1. ‘산학일체형 대학체제’를 구축하자.
대학은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위해 적절히 준비하고 있는가. 자기점검부터 시작할 때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 차원에서 적극적인 산학협력 지원체제를 갖추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정책에 더해 대학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 대학은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학일체형 교육체제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생산가치’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체제로 개편돼야 한다.”
김영기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장은 이를 ‘산학일체형 대학체제’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새로운 산학협력에 발맞추기 위한 대학의 모든 노력과 과제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주문. 어쩌면 이후에 제시할 과제들 중 상당부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산학일체형 대학체제’의 핵심은 교육, 연구, 행정분야에서 대학이 사회와 기업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2. 구성원에 산학협력 마인드를 심자.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의 산학협력 현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학은 ‘大學’이기에 아카데미즘을 포기해서도 안되지만, 동시에 ‘大學’이기에 아카데미즘에만 매몰되서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직원과 학생 등 인적자원에 있다. 이들이 어떤 마인드로 임하느냐에 따라 산학협력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주장은 이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이에 대해 한 대학 산학협력단장은 “일부 교수들은 사회, 지역발전과 관련된 봉사정신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산학협력도 대학 교수로서의 사회에 대한 책무성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산학협력 초기 단계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과 함께 장기적으로 대학 자체 내에서 대학 풍토에 어울리는 산학협력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산학협력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3. 대학과 기업, 정보공유 네트워크 구축하자.
대학과 기업은 그동안 쌓아둔 서로에 대한 불신을 깨뜨리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서로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대학과 기업이 상시적으로 만나 서로가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공유하면서 접점을 찾는다면 그동안의 불신을 종식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산학협력중심대학으로 지정된 강원대는 지난 4월부터 지역 산업체들이 많이 위치한 원주시에 기술·경영 복덕방 개념인 산학협력센터를 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은 없는지 찾아 나서는 한편,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교수들이 앞으로 3년 후에는 어떤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지역 기업체에 홍보할 계획이어서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학의 개발 기술에 대한 보안 강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지성권 부산대 산학협력단장은 “기업이 핵심기술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기초기술만을 대학과 함께 연구하는 이유는 핵심기술의 노하우가 유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며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학과 기업의 상시정보공유 체제를 갖자는 주장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4.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말자.
자문에 응한 대학의 산학협력단장들은 하나같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지성권 부산대 산학협력단장은 “산학협력은 대학과 국가를 살릴 수 있는 길이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이다보면 결국에는 대학의 기초연구력을 떨어뜨려 대학과 국가를 망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서용성 영동대 산학협력단장은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연구만 추진되고, 1백% 성공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면 도리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대학의 연구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성공이냐 실패냐 보다는 연구과제 수행의 프로세스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기 이화여대 조형예술학장도 “산학협력을 너무 촉박하게 추진하면 대학의 산학협력이 임기응변적 대응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단계별 로드맵을 작성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 실질적 교류의 장을 조성하자.
내실있는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단순 견학 등 이벤트성 전시행사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김종호 서울산업대 산학협력단장은 “페이퍼 워크에 의한 형식적인 일이나 결과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실습은 기업체에서 실습 계획과 실습지도 인원을 배정해 실질적 실습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학교 교육에서는 기업체 임직원을 겸임교수로 활용하고 기업 중심의 커리큘럼을 개발해 학생들이 현장에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들도 기업의 애로기술 지도, 신기술 과제 공동연구 등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품질 등에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 이를 통해 학생의 취업, 실습, 장학금 지원 등 산학교류를 유인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6. 교수 평가에 산학협력 업적 반영하자.
논문 위주의 교수평가 방식을 산학협력 업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산학협력을 보다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곳곳에서 제기됐다.
모든 교수들이 산학협력에 올인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논문을 쓰기 보다는 기업과의 산학협력에 주력하는 교수들이 현재의 논문 중심 평가제도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등으로 교수들에게 산학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화여대 등 발빠른 대학들은 이미 교수업적 평가제도를 손질해 산학협력 성과를 업적평가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강원대 등도 조만간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7. 기업도 책임을 나누자.
“얼마 전 국내 굴지 전자업체에 국내 유수 대학과 새로운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 하는 수 없이 미국 대학을 동참시켜 사업을 추진했다.”(박원주 산업자원부 산업인력과장)
기업 관계자들은 문제는 대학의 기술 연구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얻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야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이제는 기업도 대학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新산학협력으로 대학과 기업, 국가가 경쟁력을 갖자는 취지인 만큼 서로 밀고 끌며 함께 가야 할 때다.
반면 중소기업 중에서는 대학에 도움을 청할 만한 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또 다른 현실이다. 산학협력 전담 인력도 없이 사장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스템에서는 협력 자체가 요원하다. 이제는 보다 열린 마인드와 투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8. 산학협력 투자에 대한 기업의 조세지원을 강화하자.
대학과 기업, 국가가 상생하자는 新산학협력 대열에 함께 하는 대학과 기업에는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기업의 산학연 협력실태 및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정부가 산학협력 투자에 대한 기업의 조세지원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9. 대학 평가 시 산학협력성과도 비중 있게 다루자.
‘선택과 집중’이라는 최근의 대학 지원체제를 십분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 자체적으로 교수업적평가에 산학협력 성과를 반영하는 시도와 함께 대학평가에도 산학협력 성과를 반영하는 노력이 병행된다면 보다 높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 규제보다는 지원을.
대학에 관한 과감한 자율성 보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기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장은 “산학일체형 대학체제로의 전환은 대학 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하드웨어만을 키워 온 대학이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기란 현재로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 정부의 지원은 의욕을 가진 주체들에게 동기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밖에 지자체는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간 허브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특히 일부 지역은 대학은 있어도 마땅히 협력할 만한 기업들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지역의 기업을 활성화하고, 이들과 대학을 연계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