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동점자 처리 과정에서 면접 등을 활용해 골라내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고교를 등급으로 구분해서 등위별로 대입한 적 없다."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안병영 교육부총리와 19개 대교협 이사교 총장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 19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장장 네시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고교등급제와 내신부풀리기, 대학 자율화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박영식 대교협 회장(광운대 총장)과 교육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 안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3불 정책을 재확인하고 고교간 학력격차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총리는 또 총장들에게 "입학 관련 문제를 총장들이 직접 챙기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뒤이은 총장들의 발언에서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이 적발된 대학들은 교육부의 현장 실사 등에 대해 "대학을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 듯 했다"며 그동안의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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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의 시작 전 참석한 총장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안병영 부총리./한명섭 기자 |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은 "동점자 처리 과정에서 골라내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긴 했지만 고교를 등급화해서 등위별로 대입한 적 없다"며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고교등급제' 개념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이와 관련, 총장들은 3불 정책 중 본고사와 기여입학제 금지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으나 고교등급제 문제에서는 "고교간 학력차, 내신부풀리기 문제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시민단체들에게 너무 끌려다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그동안 대학들은 학력 높은 학생 뺏어가기 경쟁을 너무 오래해 왔고 아직도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또 일부 총장들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모든 고교의 교육여건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교육부가 힘을 많이 써달라"며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입시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내용은 박영식 대교협 회장이 오후 8시50분쯤 회의장을 빠져나와 기자들에게 브리핑 형식으로 전달했으며 박 회장은 "이 자리는 총장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청취하는 자리로 총장들 사이에 합의ㆍ의결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고교 평준화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은 "평준화 30년 만에 학력 하향평준화하는 결과만 낳았다"면서도 "그러나 간담회 자리에서는 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다른 총장들에게서도 평준화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경성대, 고려대, 금오공대, 대전대, 명지대, 삼척대, 성결대, 연세대, 이화여대, 조선대, 충남대, 충주대, 포천중문의대, 한서대, 한국성서대, 한양대 등 대교협 이사교 19개대 총장들이 참석했다. 이중 고려대와 연세대는 부총장이 대신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