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대학 캠퍼스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최근 대학들은 효율적인 캠퍼스 공간 운영 방안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 소재 선발 대학들을 중심으로 캠퍼스 과밀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공간 활용의 묘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도시의 확대로 한적한 곳에 위치했던 캠퍼스들도 이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면학 분위기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세계의 대학들이 규모화하는 추세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의 실정상 대학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대책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결국 대학에는 당장 급한 교사동을 중심으로 한 신축 건물이 기존의 공간에 빽빽이 들어서는 대신, 기존의 광장·녹지 등 휴식공간은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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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추세에 대해 전국 20여개 대학의 설립 및 장단기발전계획 설계에 참여한 바 있는 조광제 전 한동대 설립전문위원은 “대학의 캠퍼스는 단순한 수용의 개념이 아니라 교육·인성의 장”이라며 캠퍼스 환경이 열악해지는 현실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대학 캠퍼스의 문제점은 첫째, 캠퍼스의 효율적인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부족하다는 것.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건축물 조성에 ‘기획’의 개념을 찾아볼 수 없고, 근근히 셋방 붙여 나가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조 전 한동대 위원은 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대학 설립과 관련된 법률적 측면의 한계를 꼽았다. 현재 대학 설립 과정은, 재단이 법인 인가를 취득한 후 1년 안에 건물을 완공하고 개교인가를 받아 대학의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 설립 일정이 촉박해 실제로 대학들이 캠퍼스 구성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실천할 여력이 없다는 것.
대학별·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몰개성적 캠퍼스 조성도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대학의 건학이념이나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캠퍼스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대학에는 서울·지방을 막론하고 국적 불명의 비슷비슷한 건물들이 캠퍼스를 채우고 있다.
전공과목이 늘어나 정원이 확대되면서 모자라는 강의실을 만드느라 빈 공간을 채우다보니 아파트 단지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밖에 친환경적 캠퍼스 조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대학의 경우 캠퍼스를 조성할 때 녹지를 먼저 만들어 두고 건물을 세우는 것에 반해 우리 대학들은 건물이 우선, 녹지는 뒷전인 현실이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심 캠퍼스의 외곽 이전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과밀 상태의 캠퍼스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지방의 제2캠퍼스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대학은 서울에서만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대학으로는 건양대, 대전대, 동아대, 부산외대, 충북대 등이 캠퍼스 이전을 추진·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분야별·대학별 특성화가 대학의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캠퍼스의 분리가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상당수 대학의 이공계 부문이 수도권에 포진해 있는 것도 실험·실습 등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연구 여건을 개선시키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캠퍼스 공간이 넓은 미국의 경우도 지방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대는 교육제도의 개혁과 이를 뒷받침할 캠퍼스의 규모화를 위해 보스턴 인근에 이미 1백 에이커의 부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디지털 시대의 대학 캠퍼스는 효율성과 함게 충분한 공간 속의 여유도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1백년 후를 내다보는 마스터플랜이 마련된 상태에서 현재의 공간을 활용하고 지방이전의 경우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바탕한 캠퍼스 건설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캠퍼스에서 설립 이념이 풍겨나고 독특한 학풍이 나타나며, 이는 대학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대학 구성원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