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일 영남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김숙이씨. 김씨는 같은 날 초등학교에 입학한 외손자를 둔 할머니. 그러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사이버문학을 전공하겠다는 꿈을 가진 신세대다.
“일부에서는 사이버문학을 등한시하는 경향도 있지만 인터넷과 문학을 접목시킨다면 문학을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과 지성 개발에도 도움이 될 거에요.”
인터넷 문화 자체가 생소한 50대 후반의 주부들에게서 대학원 공부는 물론, 사이버문학을 하겠다는 꿈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김씨는 지난 2001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http://bagsong.com)에 자작시를 선보이며 작품 활동을 해 온 ‘준비된’ 사이버작가. 2002년에는 ‘한맥문학’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해 컨텐츠를 검증받기도 했다.
특히 홈페이지를 통해 구현되는 김씨의 인터넷 운영 기술은 경이롭다. 플래시 동영상 제작, 태그, 애플릿 등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직접 찍은 사진과 자작시, 배경음악이 어우러져 한층 풍성한 볼거리,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김씨의 홈페이지에는 벌써 1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방문했다.
직접 운영하는 카페만도 세 개다. 여고 동창 친목 카페인 ‘경북여고삼칠회’와‘40대 쉼터’. 그리고 시인들의 모임인 ‘눈물다방’ 등. 탁월한 인터넷 기술을 가진 터라 여기저기에서 운영자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많다. 하지만 더 이상의 부탁은 거절할 셈이다. 뒤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에 매진하기 위한 각오다.
지금은 보통의 50대 주부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김씨도 지난 3년 전까지는 여느 주부들처럼 남편과 자녀들이 인생의 희망이자 전부였다. 그러던 중 지난 2001년 막내딸을 끝으로 세 자매를 모두 시집 보내고 나서 밀려드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펜을 잡았다.
김씨는 영남대 전신인 청구대학 국문과 66학번. 학보사 커플이었던 남편 강정행 씨와 결혼해 전업주부의 길을 택하면서 접어두었던 문학도의 꿈을 30년만에 다시 펼친 셈이었다. 하지만 뒤늦은 시작의 열정은 뜨거웠다.
“영상과 문학을 접목한 형태의 사이버문학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도 해 왔지만 대학원에서 이론적으로 기반을 단단히 하고 싶은 게 욕심이에요.”
귀여니의 작품 등 최근의 인터넷 소설이 맞춤법 등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김씨. 앞으로 문단에서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인터넷 문학을 하고 싶은 게 꿈이다. 조만간에는 ‘해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는 제목의 첫 자작시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손자 녀석 입학 선물로 가방이랑 옷을 챙겨줬어요. 그 녀석이 자기 입학식에 와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제 대학원 입학식에 가느라 못 갔죠.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사이버문학의 꿈을 키우며 남다른 열정으로 나이도 잊고 사는 김씨이지만 손자 앞에서는 천상 ‘할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