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부산 대신학원(대신동 소재) 국어과 강사 문기호 씨. 문 씨는 연세대 국문과 87학번 출신으로 짧은 기간 은행 근무를 거쳐 입시학원 강사직만 7년째다. 그런 그가 2004학년도 정시 일반전형을 통해 동의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40세 이후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불안한 마음이 좀 있었어요.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해 한의대나 약대 진학을 몇 년 전부터 생각해왔었죠. 생활의 안정을 찾으면서도 평소 제가 관심을 두던 철학이나 불교 쪽의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은 한의대가 맞춤이겠다 싶었습니다.”
문 씨가 몇 년 전부터 해온 구상을 지난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데는 제자들의 공이 컸다. 지난해 7월 처음 학원에서 재수생반 담임을 맡아 가르치면서 자기 또래의 나이 많은 제자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다가 자극을 받게 된 것. 학생들이 교실에 남아 자습할 때면 자신도 교실 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함께 공부했다.
수능시험 날은 시험장 곳곳에서 제자들을 만났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제자는 큰 소리로 “선생님, 시험 문제가 어떻던가요?” 물었다. 문 씨는 제자의 눈치없는 목소리에 쏠리는 주위의 눈길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잠깐! 입시학원 강사의 수능점수가 궁금하기는 기자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모두 다 잘 받았을 거라고 추측들 하는데 지난해 수능 언어영역 난이도가 높아서 그랬는지 다른 과목보다 못봤어요. 외국어 영역은 1개밖에 안틀렸는데 언어는 3개 틀렸더라구요.”
하지만 겸손의 대답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백분위 점수로 따지면 언어영역은 1백점이란다. 문 씨가 받은 점수가 최고 성적이라는 얘기다.
문 씨는 36세, 87학번, 69년생. 한마디로 386세대다. 386세대 대개가 그렇듯 대학생활에서는 학업보다 사회문제가 먼저였다. 다시 한번 맞게 될 대학생활에서는 충실히 공부해보고 싶은 게 꿈이다.
하지만 강사직도 놓지 작정이다. 아내와 두 아들을 건사하기 위해 낮에는 대학생으로, 밤에는 학원강사로 열심히 뛸 계획이다.
“너무 취업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았으면 해요. 사회적 상황을 살피고 대응하는 것도 대학생활의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후배이자 동기가 될 04학번 새내기들에게 문 씨가 전하는 한마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