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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 북 고교 교사 출신 탈북자 김은철 씨 인터뷰
"장비 부족하지만 IT 열기는 대단합니다"
김일성대 제외한 대부분 대학 단과대 형태
남한과 달리 과목ㆍ교수ㆍ시간 등 자율성 없어
북한 대학의 학제, 교육과정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본지는 북한과 남한에서 모두 대학생활을 경험하고 현재는 남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은철 씨(33)를 만났다.

김씨는 북한에서 관서대학을 졸업하고 5년간 고등학교 물리 교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97년 탈북, 99년 서울에 자리를 잡고 지난 2000년 고려대 행정학부에 입학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탈북청년들의 모임인 ‘백두한라 회원’이기도 하다.

-. 남북 대학의 학제를 비교한다면.

“남북 대학의 차이점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남한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종합대학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의 대학들은 단과대학 형태라는 것이다.

유일하게 김일성대만이 사회학부와 자연학부를 다 갖고 있는 남한 대학 형태의 ‘종합대학’이다. 나머지 대학들은 건설건재대학·상업대학·인민경제대학·관서대학(사범대학)·만풍대학(농업대학)·삼흥대학(교원대학) 등과 같이 단과대학의 성격이다.”

-. 남북 대학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면.

“고려대에 다니던 한 학기 동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을 꼽으라면 서로 다른 대학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남북한의 정치·사회·문화적의 차이에서 비롯된 당연한 혼란의 일부였겠지만, 교과목을 학생 스스로 선택하고, 과제를 수행하고, 학점을 따는 그 모든 것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교수에 의해, 정해진 학급 동료들과 계획적인 강의를 수강하는 북한의 대학 문화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고 힘들었다.

-. 최근 남한의 대학은 학부제를 대폭 도입·실시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떤가.

“남한의 경우는 교양·전공과목을 구분해, 선택적으로 수강하도록 돼 있지만 북한에서는 남한처럼 교양과목·전공과목 등의 구분이 없다.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할 대학 전 과정·과목에 정치사회 과목과 전공과목이 다 포함됐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교양과목이라고 하고 전공과목이라고 해야 하는지 구분이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 대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계획된 모든 과목들에 사회과학·전공과학 등 남한에서 일컫는 교양과목과 전공과목들이 다 포함돼 있다.

다만 남한의 대학 처럼 교양과목들이 다양하지는 않다. 남한 대학의 교양과목이 모든 분야를 총괄한 백과사전적 범위의 선택이라고 한다면, 북한의 교양과목 교육의 범주는 함축된 하나의 교과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북한에서는 김일성동지 혁명역사·당 정책 등 정치사상과목이 대학졸업의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학의 요구와 검열이 매우 높다.

-. 최근 남한의 대학에서는 복수전공·연계전공 등이 늘고 있는데.

“북한의 대학생들은 국가나 대학이 정해준 과목 외에는 자기가 선택해 전공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외국어 같은 경우에는 북한의 학생들도 스스로 제 2전공을 선택해 자가 습득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이 꼭 졸업이나 다른 평가 과정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 북한의 IT 육성의지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IT관련 분야에 대한 대학교육의 수준은 어느정도인가.

“북한은 오래 전부터 대학,고등중학교 등에서 집중 과목의 하나로 컴퓨터 교육을 실행했다. 장비가 부족해 이론과 실기가 동떨어졌지만 그 열의와 국가의 의도만큼은 대단했다.

나는 북한 대학역사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교육을 받은 1세대에 속한다. 89~90년에 우리 대학 안에 처음으로 컴퓨터 특강과목이 들어오면서 대학 내에서의 컴퓨터 교육이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 대학 안에 컴퓨터가 고작 10대 미만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조선콤퓨터센터’가 생겨 컴퓨터에 대한 연구 사업을 시작했지만 대학에서 컴퓨터에 관한 교육을 시작한 것은 우리 세대가 처음이었다. 북한의 IT 분야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부분은 초창기부터 주력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이 있다고 본다.”

-. 최근 남한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문제되고 있는데.

“이전 세대와 지금 세대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교수들로부터 ‘이전 세대 선배들은 대학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훈시의 말을 많이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게을러 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대학 입학을 준비할 때는 잠도 안자고 새벽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곤 했는데, 대학 입학 후에는 평소에는 노는 데만 정신을 팔고, 시험 때만 밤을 새는 경향은 나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 북한 대학의 수업방식은 어떤가.

“북한의 모든 대학생들의 하루 생활은 국가가 정해준 시간에 동시에 시작되고 끝난다. 말하자면 북한 전국의 대학생들은 모두 오전 8시에 자기에게 정해진 강의실에서 강의를 시작해 동시에 끝나게 되는 것이다.

과목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에서 주간 시간표를 내주면 그 시간표대로 강의 받고, 시험을 보곤 한다. 남한의 고등학교와 같은 형식이다.

-. 학생들 입장에서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기도 하는가.

“그런 제도는 없다. 하지만 그 과목 학생들의 평균성적이 해당 교수의 평가 내신으론 쓰이고 있다.”

-. 남한에서는 해외어학연수, 해외유학 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열기가 높다. 북한은 어떤가.

“일반 학생들은 그런 생각 조차도 하지 않을 정도다. 국가가 선택한 특정인들의 해외유학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극히 일부분이라 별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 남한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전공 학습 보다는 영어,컴퓨터 등 취업과 관련된 공부를 중시하는 편인데.

“북한은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모두 직장에 배치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 다만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관련된 공부를 더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곳 학생들과 같은 그런 부담은 없는 것 같다.”

-. 최근 남한에서는 교수계약제 등의 도입으로 교수의 신분불안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교수제도는 어떤가.

“교수계약제는 북한에는 없는 제도다. 북에서 교수 인사는 국가가 주도한다. 물론 대학 내에서 추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국가, 엄밀히 고등교육성에서 한다. 교수평가 기준은 연구실적·학위·담당과목 평균점수 등이다”

김은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8-31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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