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의 교육예산은 GNP 대비 5% 남짓. 그중에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사립대의 경우 해당 대학 법인들의 투자가 의무화 돼 있지만, 규모는 운영수입 총액의 5% 가량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학생·학부모들은 수익자부담의 논리에 의해 해마다 높아져가는 등록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이같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들은 최근 ‘발전기금’ 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발전기금 모금은 대학 총장의 주요한 임무이며, 모금 실적이 곧 총장의 대학발전 의지를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대학마다 발전기금 모금 전담팀을 강화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각 대학 발전기금모금 담당자들의 협의체인 ‘대학발전기금협의회’도 발족했다.
한푼의 지원이 아쉬운 대학들에게 기업과 독지가들의 기부금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순천향대는 평소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이 대학 교수·학생들에게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원하던 80대의 한 독지가에게서 현금 1백억원을 기부받게 됐다고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금 1백억원은 지방 사립대인 순천향대 뿐 아니라, 서울의 대규모 사립대들 사이에서도 전례 없는 규모였다. 현금의 회전력까지 보태면 실제 가치는 1백억원 이상인 셈이었다.
순천향대 관계자들은 바쁘게 발전기금 전달식을 준비했고, 이 기금으로 기부자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운영할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발전기금 전달식을 하루 앞두고 독지가는 기부의사를 번복했다. 전화상으로 취소의사를 밝혀왔다는 것이다. 뚜렷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대학 구성원들은 상상도 못해봤던 거액의 기부금에 대한 기대와 좌절을 하루 사이에 맛봐야했다. 실무자들에게는 발전기금 전달식 관련 보도에 대한 정정이라는 찝찝한(?) 임무가 보태졌다. 고위 관계자들은 마음이 바뀐 기부자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이 섣불리 기부사실을 발표했는지, 아니면 독지가가 1백억원이 아까워졌는지 당사자들이 밝히지 않는 한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거액의 기부 약정이 단숨에 무산됐다는 소식에 씁쓸함이 더해지는 것은 기자만의 감정일까. 대학 관계자들 대부분이 허탈하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