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 닭 등을 등록금 대신 받아달라는 애교 섞인 항의에서부터 대학 본관점거, 총장퇴진운동, 그에 따른 학생들의 무더기 징계까지. 개강과 더불어 대학가는 학생과 학교의 ‘등록금’ 줄다리기에 돌입한다. 대학별 차이는 있지만 3월 개강 후에도 대학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진정되기까지 1~2개월은 기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너무 높다.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11%에도 못미치는 2조원 가량인데, 이것은 하버드대나 동경대의 1년 예산 규모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등교육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수영 전 포항공대 총장은 지난 25일 대교협 원탁회의에서 국내 고등교육의 질 저하 원인 중의 하나로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꼽았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올해 초 펴낸 ‘사립대 재정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사립대의 운영수입은 총 6조7천억원. 그중 4조6천억원이 등록금 수입이다. 운영수입 총액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법인전입금(4.5%)과 국고보조금(4.2%)은 사립대 재정 수입의 1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상황은 96년부터 2000년까지 지난 5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등록금 의존율은 높아지고 법인전입금과 국고보조금은 다소 줄어들기까지 했다. 사립대 재정의 현주소다.
“사학의 재단전입금, 국가의 재정지원 등이 모자란 상태에서 대학은 ‘수요자 부담 원칙’만을 들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등록금은 매년 물가인상분을 웃돌고 있다. 대학은 재단전입금 확보, 국가 교육재정 확보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교육학생연대 관계자)
“재단전입금 부족, 국가 재정지원 부족 등의 문제는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단과 국가의 재정보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염불만 외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등록금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교육여건 개선, 경쟁력 확보는 힘들게 된다.” (서울 모 대학 기획처장)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측의 입장이다. ‘교육의 공공성’에 근거한 ‘원칙’과 ‘시장논리’에 근거한 ‘현실’의 문제다. 결국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은 원칙과 현실의 조화라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효율적인 대학운영, 공공성을 무시한 불투명한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 등 대학의 수준은 너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엄청난 폭의 등록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대학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윤지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대학들도 이같은 요구에 발맞춰 투명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과 학교간의 등록금 인상폭 논의를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대학의 예결산 자료를 공개·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 3월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위해 학교와 학생회, 외부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었으며, 성균관대는 예결산 공개내역을 학생들이 알기 쉽도록 소책자로 만들어 배포했다. 아주대도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결산내역 공개설명회를 가졌다. 덕성여대와 전주대는 의무공개 대상으로 돼 있는 대차대조표와 감사보고서 뿐 아니라 부속명세서까지 세부적으로 공개해 ‘투명대학’을 추구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반면 형식적인 시늉에 그치거나, ‘의무사항’이 돼 있는 부분마저도 감추는 대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수도권 모 대학 학생들은 의무사항으로 돼 있는 결산 자료 공개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야했다.
더욱이 정보 공개 수위 및 협의기구 상설화 등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도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
일부에서는 등록금 책정 및 대학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를 위해 학생 및 교직원이 참여하는 ‘대학운영위원회’를 법정기구화 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대학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선진 외국의 경우 등록금을 둘러싼 마찰이 드문 편이다. 미국이나 호주 대학들의 경우 학생은 물론 교직원, 동문들이 참여하는 협의 기구를 통해 대학발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를 거쳐 분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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