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되지 않지만 대학생들은 대동제 준비에 여념없다. 유난히 대학분규가 많은 시절인지라 한국외대처럼 개최여부가 불투명한 곳도 있고 충남대, 인하대, 이화여대 등과 같이 분규 심연 속에서 개최되는 곳도 있다.
이달 중순께부터 줄지어 열릴 올 대동제의 특징은 IMF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무거운 행사들이 새롭게 등장한 것과 실리적이고 휴머니즘적인 +행사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점차 행사 내용이 대학 특성에
따라 다양해지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 전국 대학 대동제의 큰 흐름 10가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경제 불황으로 인한 ‘예비 실업자 대량 생산’의 어두운 세태를 반영하듯 올 대학 대동제의 가장 특징은 예비 실업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과 이에 관한 대비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비 실업자 선언운동’을 시작하는 성신여대, 수원대를 필두로
서울대에서는 ‘예비실업자 한마당’ 행사가 열린다. 덕성여대와 인하대,전북대 등에서는 ‘실업자를 위한 연대주점’을 개최, 수익금을 +실업기금으로 사용하고 울산대에서는 ‘취업 및 창업 특강’이 열린다.
문화생활비가 줄어든 점에 착안한 알뜰시장이 여러 대학에서 마련된다. 대학마다 이름도 다양한데, 국민대 ‘알뜰시장’, 서강대 ‘IMF 장학금 기금마련 벼룩시장’, 연세대 ‘재활용마당’, 전북대 ‘중소기업 상품 바자회’, 한남대 ‘아나바다 장터’ 등 이전 대동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행사들이 마련된다.
시행 이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학부제를 비롯, 대학교육제도와 환경을 비판하는 행사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경북대에서는 ‘대학교육노제’를 지내고 충남대에서는 학생들의 총장퇴진운동이 계속된다. 영남대에서는 학부제 재논의를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대학 정문 옆 호미공방 신축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홍익대에서는 교육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문화행사와 걷기대회가 열린다. 이화여대, 인하대에서는 학생 자치권에 관한 행사가, 제주대에서는 학원자주화를 위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공황의 시대를 걸어온 대학문화에 관한 고민도 계속된다. 동국대에서는 ‘대학문화 자리 찾기’라는 주제아래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열리고 충남대에서는 대학문화의 정체성을 되묻는 행사가 진행된다.
한편 청년문화를 재구성하고 청년의 창조성을 발굴하기 위해 꽃다지에서
기획한 ‘98대학문화찾기’가 대학을 찾아온다. 인간성 회복을 꾀하는 이 행사엔 대학별 노래패, 꽃다지, 조국과청춘, 안치환, 윤도현, 이정렬, 노래마을, 천지인, 메이데이, 허벅지밴드, 프리다칼로, 마루 등이 참여하며 건국대, 동국대, 연세대, 세종대, 서울산업대 등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학가에 불기 시작한 영화와 록 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인디펜던트 영화제, 무삭제 필름 영화제, 일본영화제 등의 이름하에 각종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중 영화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 사전심의제를 비판하는 무삭제 필름 상영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록 공연 역시 마찬가지. 숙명여대, 연세대 등에서는 록 확산 이후 생겨난 +학내 록밴드와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의 합동공연 페스티벌이 마련된다.
한동안 주춤거렸던 전통문화는 ‘IMF시대 대동제’를 계기로 재기를
꾀한다. 건국대, 한양대, 아주대 등에서는 장승제, 전통혼례 등이 열리고부산대에서는 ‘우리문화 이야기판’이 개최된다. 서울대에서는 +‘관악일년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전통혼례, 재래시장이 재현되고 연세대, 울산대, 이화여대에서는 흥겨운 전통놀이 마당이 마련된다.
반면 한동안 대동제의 ‘인기 품목’이었던 레포츠 관련 행사는 기가 한풀 꺾였다.
삼성그룹에서 후원하는 실직자 자녀를 돕기 위한 ‘사랑의
콘서트’는 건국대, 한양대, 상명대, 국민대, 아주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에서 열린다. 입장 수입 전액이 각 대학 실직 가정의 우정장학금으로
적립될 이 행사엔 송시현, 박학기, 혜화동 푸른섬, 12번째 테마가 출연할 예정이다.
지난해 거의 모든 대학의 대동제에서 진행된 북한동포 돕기 기금 모금은 +한풀 꺾인 상태이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진행된다. 울산대에서는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콘서트, 전시회 등 복합문화행사가 열리며 +한국교원대에서는 주점이 열린다. 사람사랑실천재단을 운영해온 원광대 총학생회는 ‘후원인의 밤’을 통해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중연대 한마당이라는 이름아래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졌던 대학가의
민중연대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수원대의 ‘철거민과 함께 하는 민중연대
한마당’, 연세대의 ‘장애학우 한마당’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는 +연대 한마당·장터’, 인하대의 ‘소년소녀가장돕기 한마당’ 등이 대표적인 예.
지난해 하반기 대학무대에 데뷔한 김준호·손심심 부부의 걸걸한 입심도
대동제 행사로 마련된다. 연세대, 한양대 등에서 열릴 이들 부부의 사설 +한마당의 주제는 ‘우리 예술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