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내내 대학정책의 최대 이슈는 지방대학발전이었다. 이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의 맥락 안에서 취급되었고, 일년 내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대학들은 지...
가을이 되면 무엇보다도 하늘이 맑고 물이 맑아서 좋다. 우리는 이런 가을에는 쇠발자국 에 고인 물도 마신다고 했다. 물론 소 발자국은 다가가서 보면 쇠똥도 밟게 되지만 그래도 쇠발자국에 고인 물을 보면 거울처럼 맑아서 쇠똥 생각을 잊게 된다. 들여다보면 거기에 파
란 하늘, 그리고 둥둥 떠가는 흰 구름이 있다. 그리고 자기 못난 얼굴도 거기서 만나게 된 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그렇게 맑은 쇠발자국 물을 만나게 될까?
그러나 어림도 없다. 이 나라는 도시만이 아니라 시골 땅도 모두 오염되어 있다.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간다고 온 나라를 개발하며 열심히 뛰었지만 그 대가로 이제는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땅과 물과 하늘의 공기마저 망치고 여기에 엄청난 빚더미마저 그들에게 안겨주며 물
러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지고 있더라도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 않 을까?
어느 키 작은 할머니 얘기가 생각난다. 아파트 마당에서 한 할머니가 땅바닥에서 무엇인가를 줍다가 경비원이 다가오자 치마 속에 그것을 감추며 자리를 피하려 한다.
"할머니, 속에 감춘 것이 뭡니까?"
경비원은 할머니가 틀림없이 돈지갑 같은 것이라도 줍고 달아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번 묻고 다그치자 할 수 없이 할머니가 내놓은 것은 돈지갑이 아니라 깨어진 유 리 조각이었다. 경비원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한국은 땅과 물과 하늘만이 아니라 많은 인간들까지도 썩은 나라다. 그러므로 70평생쯤 살아오는 동안 이 할머니가 함께 오염될 기회도 수백번 수천번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썩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이며 곧 생존의 방식이다. 그런데 그런 오염의 기회가 그렇게도 많았건만 지금까지 조금도 함께 썩지 않고 순수성을 70평생 간직해오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일까?
이런 '순수'는 아마 다른 어딘 가에도 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이 가을에는 이런 순수의 보물찾기를 하며 더 힘을 내고 살아봐야겠다.
(본지주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