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민의 민의를 도외시한 국회의 탄핵결정은 정당치 못한 처사로 정치권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 여론을 위협하는 정치권의 독선이 다시금 이 사회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식 사회를 맡은 조대엽 교수(사회)는 탄핵시국이 진행된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 이 시점에서 선언을 하는 것은 타이밍을 놓친 처사가 아니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상황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민의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며 “헌재심리가 착수되지는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시기적으로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같은 날 시국선언을 한 서울대 교수들과 사전교섭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시대의 지식인들로서 침묵하는 다수로 남는다는 것이 무책임한 처신”이라며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재정립하자는 차원에서 여러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지 대학 간의 연대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배석한 김규완 교수(법학)는 “헌법재판소에 이러한 정치적 사안으로 가혹한 부담감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 스스로 탄핵을 철회함으로써 헌재가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호 교수(철학)는 이번 시국선언에 서명한 1백23명 모두가 그간 침묵해 왔던 중도파 지식인으로 볼 수 있겠는지에 대해, “많은 경로를 통해 학내 교수사회에 성명취지를 알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모은 것이므로 특정 정당이나 정파 지지라는 의도를 가지고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중도적인 입장의 선언식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번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고려대 엄문성군(경영)은 “교수님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선언식을 가지신 것은 뜻깊고 의미있는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장모군(독문)은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차지하는 이번 사태에 교수들은 기껏 교내에서 식사 전에 잠깐 종이 한 장 읽은 것으로 지식인으로서의 역사적 책무를 다했다고 말하는 것은 거대한 기만이자 착각”이라며 “소명의식을 가진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한층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줘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각계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와 서울대 등 지식사회 주도급 인사들도 앞다투어 대통령탄핵결정에 대한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정치권과 헌재에 대한 대학가의 여론압력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이경선 기자 ksks@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