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규모 등 외연을 커보이고자 하는 단체의 이해와,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려는 교수들의 빗나간 공명심이 적절히 절충된 단체와 교수들 간의 매관매직 풍조가 흔해지자 양자 모두가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형을 보면 단체에 이름은 걸어두되 활동은 전무한 간판형, 노선과 사상이 이질적인 두 단체에 직책을 겸하는 사상모순형, 마구잡이로 여러 단체에 명함을 올려두는 문어발형, 이 단체 저 단체를 돌며 주요 시민단체 임원 직책을 얻어 다채로운 경력화를 기하는 경력채집형, 노골적으로 단체에 직접 찾아와 직책을 요구하는 거래요구형 등이 대표적이다.
실례로 이번 총선에 H당 지역후보로 나왔던 E대 김모 교수는 모 단체 집행위원장에서부터 또 다른 대형 단체의 공동대표까지 이동해가며 경력을 모아온 전형적인 경력채집형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또 S대 신모 명예교수도 최근까지 진보성향인지 보수성향인지를 구분치 않고 메이져급 단체 3곳 이상의 공동대표직을 맡아온 대표적인 문어발형 및 사상모순형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역시 H당 지부 대변인으로 활동한 전 S여대 손모 외래교수도 모 단체에 찾아가 직책을 요구해 협동사무처장이라는 직책을 받은 후, 수년간 단체와 연락 한번 주고받은 일이 없다가 총선 전 후보공천시즌에 즈음해 단체직함이 표기된 명함과 경력보고서 등을 사용해 해당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도 있다.
현재 참여연대, 경실련,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환경운동연합 등 대표적인 메이져급 시민단체는 20개 미만. 이 곳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등재하고 임원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은 약 1천2백여명에 달한다. 국내에 1만여개의 시민단체가 있다고 볼 때 참여 교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순수한 시민운동가로서 소명의식을 지니고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 보다는 활동 참여나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 간판형 교수가 더 많다는 게 중론이다.
김선욱 숭실대 교수(윤리철학)는 “지금 교수사회에는 제3권력으로 몸값이 오른 시민단체 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곧 자신의 근사한 경력으로 포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심리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정작 성명, 토론회, 시위등 활동에는 한번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시민운동가임을 자처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운동의 간판주의 풍조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사회운동에 임하는 교수들까지 도매급으로 내몰리게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교수들의 권위나 유명세를 이용해 규모를 과시하려는 시민단체에 의해 교수들의 본의 아닌 명목상 참여를 유도하고 묵과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교수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제 시민사회단체들도 거품을 빼고 ‘진성’ 활동가 중심으로 전환돼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회 전반에 어떠한 성찰과 변화를 가져다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