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가에서 총장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논란들이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지난 10일에는 연세대 상경대 교수들이 경영대 설립 문제와 관련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총장 수난시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실정이다.
대학 총장에 겨냥된 학내 분규는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대학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는 CEO를 표방한 총장의 위상 및 역할이 구성원들의 반발에 봉착한 케이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외치며 의욕적 개혁을 추진했던 이 전 총장의 우선 대학내 교수집단들의 견제에 봉착했다. 사외이사 겸직 문제, 연구비 미신고, 판공비 과다지출 등이 겹쳐 결국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것.
게다가 학부생의 대학원 기피 현상과 이공계 위기까지 잇따른 악재가 발생하면서 거창한 구호와 함께 진행된 ‘대학원 중심 대학’ 작업은 빛을 잃고 말았다.
동료 교수들조차 거액의 판공비 사용과 관련해 “최고의 지성을 자부하는 서울대의 총장이 정·관계 인사들의 선물로 판공비의 상당부분을 썼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학문의 전당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전 총장의 ‘독단적 학사운영’은 학생·교수 모두의 반발을 불러왔던 것이다.
고려대 총장선거의 경우는 지난 84년 도입된 총장 직선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간선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도입 당시의 기대와 달리 총장 직선제 역시 기존 정치권의 선거행태를 닮아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패거리 문화와 보직약속 등 금권선거가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총장 직선에 따른 이같은 비판적 시각에 편승, 직선제를 폐지한 바 있는 고려대 재단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의 간선제 맹점을 이용해 사실상 총장 임명권을 되찾으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단의 결정이 학칙과 법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관행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학교측이 총장의 소득세와 주민세를 대납해온 사실이 밝혀져 재단의 이번 총장 선임에 의혹의 눈길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에 ‘두 총장’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할 학사행정의 혼란과 함께 양식과 원칙을 배우는 전당이 정치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에 이어 최근 불거진 경기대 총장의 판공비 과다사용 논란 역시 대학행정의 투명성 결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재단과 밀접한 현 총장의 업무추진비 문제와 직원노조가 지적하는 학교측의 예산 부당사용 공방 등은 사학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되는 사안이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기관의 감사를 직접 받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행정 공개 비중이 낮아 사학은 ‘학내분규’라는 시한폭탄을 항상 안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 굴지의 대학 총장들이 '수난(?)'받는 것은 대학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관행과 양식을 무시한 때문에 발생된 측면이 강하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구성원의 의사를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