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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 위기의 현황과 과제
청소년 교수.연구직 선호 2.2% 불과
현추세 지속되면 경쟁국에 추월 불보듯
정부.기업 지원확대 이공계 중시 분위기 조성돼야
이공계 대학 지원을 꺼려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물리․화학․생물 등 자연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모자라 재 등록을 받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종전에는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 비율이 3대 7 정도였으나, 요즘은 오히려 6대 4 정도로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과를 전공하는 학생들 중에도 돈벌이가 되는 한의대나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 결과 대학에 지원하는 이공계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고, 국내 유수 공대에서 미달 사태까지 빚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98년 이후 올해까지 인문사회 계열은 꾸준히 수능시험 지원자가 증가한 반면, 이공 계열은 98년 경우 42.4%에서 올해엔 26.9%로 급감했다. 기존 이공계 인력들도 다른 학과에 재 입학하거나 고시 준비에 나서는 등 이탈 경향이 심하다. 현직 이공계 연구원과 대학원생의 56%가 비 이공계로의 전환을 고려한 바 있으며, 이 가운데 14%는 실제로 전환했다. 또한 명문대학 이공계 학생들 중 38%가 이공계 학과 선택을 후회하는 것으로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직업 조사에서도 전문직 36.9%, 연예인 24.5%, 컴퓨터 게이머 15.9%인 반면 교수․연구직은 2.2%, 과학 기술인은 0.4%에 불과할 정도로 「쉽고․편하며․즐겁게」생활하려는 사회 풍조가 만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 지식경제가 고도화되고 있어 인적자원, 특히 고급인력의 중요성이 자본․기술 등 물적 요소를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이 시설 투자를 10% 증액했을 때 생산성이 3.6%인 반면 교육훈련 투자를 10% 증액했을 때는 생산성이 8.4%나 증가했다. 전통적인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6T 등 신산업으로 산업 축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이공계 고급인력 육성이 필수적인 것이다. 앞으로 한 사람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도래, 이공계 인력이 국가 경쟁력에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인식 속에서 선진국들은 가장 핵심적인 미래 전략으로 고급 인력의 육성․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작은 국가일수록 글로벌 고급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대만․아일랜드․핀란드 등은 적극적인 개방화와 산․학 협동의 심화를 통해 인적자원을 확충하고 있다.

또 이공계 출신의 대우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에 파격적 대우를 받았던 이공계 고급인력의 소득이 최근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대졸 초임의 경우 신용평가 회사는 연봉이 3,500만원, 금융기관은 2,400만~3,000만원인 반면 전자․IT 업종은 1,800만~2,3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평생소득에 있어서도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과 이공계 인력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그랜저 타는 나이가 한의대 30세, 의대 35세, 공대 45세, 자연대는 영원히 못 탄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

또한 공직 등 사회요직에서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저조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사상이 뿌리깊게 자리해 왔으며, 정부 인재등용도 소위 고시제도에 의해 철저히 인문․사회계 위주로 시행돼 왔다. 이공계 출신을 위한 기술고시 제도가 있긴 하지만 기술고시 출신들은 중앙부서 과장급 승진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3급 이상 공무원의 16%가 이공계 출신이라지만 이들도 대부분 이공계 대학을 졸업했어도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중 장쩌민(江澤民) 주석․리펑(李鵬) 위원장․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6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또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출신 CEO의 비중이 높지 않아 30대 기업집단 상장기업 CEO 전공 분포는 상경계가 51.8%, 이공계 22.8% 나머지 법학 등 문과계가 25.2%로 이공계 전공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CEO 경우 잭 월치(GE,화공), 슬로언(GM, 전기공학) 루이스 거스너(IBM, 기계공학) 등 다수가 이공계 출신이다.

과거 이공계 인력이 국가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의 주역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사회적 후광이 상당 부분 소멸됐다. 이공계 인력 사이에 사회발전의 주역이라는 자부심보다는 평생 힘들게 공부하면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조적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과학기술 투자가 일시 감소했고 기업부도, 출연연구소 개혁 등으로 인해 이공계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해 기업의 R&D투자 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이공계 인력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기도 했다.

또한 신기술이 대두하고 기존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존 기술의 노후화가 빨라져 이것이 이공계 인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체의 이공계 인력은 R&D 실패 가능성․보유지식 노후화․과중한 업무부담․고용불안 등 4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이공계 대학의 경쟁력 역시 극히 취약한 상황으로 과학기술분야 논문 발표수에서 세계 100위 안에 포함된 국내 대학은 서울대 한 곳에 불과하다.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산업현장과의 괴리가 여전한 대학교육에 대해 기업 및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인 데다, 교육환경이 교수 1인당 학생 28.3명으로 열악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투자가 빈약한 실정이다. 특히 산업현장과 무관한 교육에 대해 불만이 높으며, 인력 수요자인 기업보다 졸업생들의 불만 정도가 더 높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선진국 진입 뿐아니라 경쟁국들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공계 기피가 사회문제가 될 정도여서 특단의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키지 않으면 분위기 반전이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고도 성장기에 공장과 도로에 투자해 성장기반을 마련했다면, 이제 부터는 이공계 인력양성으로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이공계 인력 양성을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범 정부 차원에서 정권 교체와 여론 동향에 동요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아래 일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또한 행정고시 대비 기술고시 선발인력의 비율을 작년 기준 5대1 비율보다 상향 조절하고, 정부의 고급관료 중 이공계 비중을 조기에 높여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함께 투자확대와 개방․경쟁촉진을 통해 세계 수준의 이공계 대학들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수준 진입이 가능한 소수 몇몇 이공계 대학을 연구중심 및 대학원 중심으로 집중 육성하고, 정원확대․병역특례․재원조달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일 것이다.

정부 뿐아니라 기업에서도 산․학 연계를 통해 자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선별적으로 양성하는 방법으로 이공계 재학생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하거나 대학원생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잠재력이 있는 인력을 조기 확보해, 궁극적으로는 대학과 산업현장이 공동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핀란드형 산․학 연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사내 기술인력이 회사근무와 학업수행을 양립할 수 있도록 산․학 협동 과정을 개설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재충전 및 능력향상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효율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이공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일부 전문가 집단의 집단 이기주의를 제어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집단인 이공계 인력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해야하고, 최근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 이공계 출신 CEO들이 서울대 공대에 겸임교수로 출강하여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이공계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성공을 전수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에 하나다.

또한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우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존경받는 과학기술자․이공계 출신 CEO 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며, 앞으로 많은 젊은 청소년들이 이공계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대중성을 갖춘 스타급 이공계 인력이 나타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98

1999

2000

2001

2002

인문사회계

428,064

(48.3)

426,423

(49.1)

466,423

(52.1)

481,027

(55.2)

416,700

(56.4)

이공계

375,023

(42.4)

346,736

(39.9)

310,105

(34.6)

256,608

(29.4)

198,963

(26.9)

예․체능계

82,234

(9.3)

95,484

(11.0)

119,366

(13.3)

134,662

(15.4)

123,466

(16.7)

◇분야별 대학생 현황(단위: 명)

이대희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4-22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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