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꼭 보름 남았습니다.” 월드컵 대회 준비가 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이 한 말이다.
본지와의 인터뷰가 이뤄진 날이 5월 6일이면 월드컵 개최일까지는 25일이 남았는데 정 회장이 착각한 것이다. 그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개막 준비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성공적 개최를 위한 홍보 차원에서 쇄도하는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는다.
“월드컵은 개최기간중 420억명이 경기를 시청하는 올림픽을 능가하는 인류의 제전”이라고 강조하는 정 회장은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자원봉사자가 쇄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음을 분출하는 이번 제전에서 대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산파역이 돼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월드컵 자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대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이웃을 발견하고 지구촌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선 바깥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여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현재 직책은 굵직한 것만 5개. 국회의원, 대한축구협회장 겸 월드컵조직위공동위원장, 울산대 이사장,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 이사장, 현대중공업 회장 등이다.
많은 직책을 맡아 수행하다 보면 소홀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시간을 안배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일정표는 밤늦게까지 빡빡해 빈틈이 없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자유로운 시간이 거의 없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것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보좌진들은 전했다.
바쁜 와중에서도 그는 울산대 이사장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한다. 학교 운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관심과 지원은 대단하다.
울산대의 IT·특성화와 관련된 질문에 “96년 정보통신대학원을 만들어 IT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 왔고 올해에는 별도의 IT교육원을 설립, 정규과목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다양한 첨단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재학생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제공하고 있다”며 거침없이 말했다.
특성화 부문에 대해서는 공과대학이 대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중이 말해주듯 울산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공학 중심의 산학협력 교육 및 연구에 치중, 지역산업을 지원하는 주축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대는 중화학공업의 메카에 위치해 산학협동 환경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 대학내 창업보육센터에서는 현재 38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연구결과의 기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또 “영어·일어·중국어·불어·스펜인어 등 외국어문계열 학과에서는 한 학기를 해당 외국대학에서 공부하는 장기 해외현장학습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의 경우는 의사고시 합격률이 5년 연속 100%에 달한다”며 자랑을 보탰다.
정 회장은 “획일적인 교육구도하에서 입시제도만 빈번히 바뀌어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에 비해 교육개혁이 극히 미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교육비 지출비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며 이중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 개탄했다.
“중산층 이하의 직장인들이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교육비에 쏟아붓고 있는 것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는 정 회장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는 울산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개혁의 징후가 보입니다.” 정 회장은 교수임용 기준 및 정년보장 기준을 강화해 연구를 촉진시키려는 노력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가까운 싱가포르 국립대의 경우와 비교할 때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며 교육정책 당국과 대학의 분발을 축구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그는 대학재정의 열악함을 지적했다. “대학 정원이 고교졸업생 수를 능가할 정도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초·중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학에도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국립대에 비용의 60%를 지원하는데 비해 사립대의 경우는 4%에 그치고 있는 구조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차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구노력이 우선”이라며 “울산대가 시도하고 있는 말콤 볼드리지 기준에 의한 대학교육품질 혁신사업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시도라고 판단되며 앞으로도 이사장으로서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 회장 = 거부’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일상 생활에서 그는 부자의 이미지를 거의 풍기지 않는다. 자녀의 용돈 규모를 묻자 “자식들의 프라이버시가 걸린 문제”라면서 한참을 뜸들이다가 “보통의 대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규모”라며 웃었다.
본인의 대선출마 문제와 정계개편 등에 대해서는 “지금 머릿속에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