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의 통계를 보면 ‘국비유학 제도’를 지속해야 하는지 의심케 한다. 선진 첨단기술을 배워 온다는 당초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 77년부터 89년까지 평균 95.1%에 달했던 국비유학생 학위취득률이 99년엔 2.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백명중 2~3명만이 공부에 열중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놀고 왔다는 얘기다.
더구나 77년 이후 올해까지 총 1천7백52명의 국비유학생중 서울대 출신이 66%를 차지하는 등 서울 주요대학이 80% 이상을 독점, 지역편중이 극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과없이 외화만 날리는 이런 판국에 정부 각 부처는 여전히 국비유학생 숫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올 가을학기에 미 MIT 등의 석·박사과정에 진학하는 IT(정보기술) 국비유학생 70명을 선발했다. 이어 기획예산처는 내년부터 이공계대학 출신 유학생 1천여명에게 국비유학을 시키겠다며 최근 3백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당연히 반겨야 할 국내 대학들은 이같은 방침에 오히려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대학의 실질적인 문제점과 산업계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해외유학장려 정책은 엄청난 두뇌유출로 인해 국내 대학 수준을 끌어내릴 수 있다며 국내 대학원 과정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에 해당하는 획기적인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국비유학이 특정대학·지역에 독식되고, 놀다가 기간만 채우고 돌아오는 형태로 지속돼선 안된다. 학위취득을 못하는 경우 지원자금을 회수하는 등 제도를 엄격히 운용하고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국비유학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