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진보적 성향의 정 총장의 취임에 대해 서울대 안팎에서는 단순히 공백이 생긴 총장 자리를 메우는 차원을 넘어 이 시대의 총장상을 조명해 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전 총장의 경우 스스로 ‘지성의 표상’이라는 권위를 버리고 CEO의 위상을 선택,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모토로 각종 개혁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는 충분한 의견수렴없이 경쟁과 규모의 논리로 일관했으며 결국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에 밀려 중도사퇴로 이어졌다.
개혁을 강조하며 밀어부친 ‘독단적 학사운영’이 반발에 부닥쳐 좌초했다는 게 당시 서울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정 신임총장의 경우도 개혁을 주장한다. 그는 특히 선거 과정에서 서울대의 위상 하락의 원인으로 도덕성 추락을 지적했다. “최근 들어 교수들이 지나치게 돈을 밝혀 도덕성에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며 지성의 권위 회복을 강조해 온 것.
선거과정에서 ‘모집단위 광역화’ 등의 학내 분규의 원인이 됐던 현안들이 구체적 검증없이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성토함으로써 정부와의 마찰도 불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개혁적 성향의 경제학자답게 그는 현 국민의 정부 후반기에 들면서 재벌규제정책이 완화되자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 교수가 교수투표를 통해 총장후보로 추천된 뒤 국무회의 의결이 늦어지자 교내 일각에서 “현 정부에 대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판을 해 총장으로 임명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더구나 그는 서울대 교수로는 드물게 진보적 지식인 그룹을 대표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회원으로 보수적 토양에 익숙한 서울대 교수·직원들과의 마찰도 우려되고 있다. 또 모집단위 광역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요구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그러나 전임 총장이 독단적인 학교운영으로 학교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 비춰볼때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하는 정 교수의 스타일은 침체된 대학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기간 그는 “제도적인 개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존중하려는 총장의 자세와 의지”라면서 “총장의 개방적이고 겸손한 태도가 민주적인 제도개혁과 결합돼야 학내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주 취임식을 갖는 정 총장이 교내 일부에서 지적되고 있는 행정경험 부족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사표(師表)’의 이미지를 되살리고, 반목이 심화된 구성원간의 화합을 유도해 서울대의 진정한 개혁을 이뤄낼지 대학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