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서부터 지방대 육성법, 국립대 특별법, 고등교육법 중 개정 법률안 등 다양하지만 그때마다 당국과 이해당사자간 대립이 계속됐으며, 최근에는 학사나 정원 자율에서부터 대학자치에 이르기까지 갈등이 양산돼 욌다.
물론 사립학교법이나 지방대 육성법 등은 조정 역할을 담당하는 국회가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정부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지만 교수계약제 임용이나 학생선발, 정원 조정이나 학부제 시행 등 크고 작은 행정입법이나 명령을 통해 추진된 현안들은 당국이 일선 대학의 논란을 무릅쓰고 강행해 왔다는 점에서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특히 당국에 대한 성토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일련의 소송 움직임으로 번진 것은 헌법재판소가 교권단체 손을 들어줄 경우 대학 지배구조의 재편은 물론 정부가 시행해온 그간의 행정 명령 상당수가 원인 무효가 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파급력도 예상된다.
본사 주최 하계 강좌에서도 나왔지만 사실 교육법 적용을 놓고 학계에서 제기된 교육당국의 권한 남용과 위헌 시비는 그간 크고 작은 세미나장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된 사안이다.
예를 들면 지난달 27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건국대 정영섭 교수가 국립대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원인을 법적 근거 부실, 등록금 저가 할인 등 정부권한 남용과 정책 탓으로 돌린 것이나 흥사단의 이공훈 교육실천위원회 기획실장이 “교육에 관한 핵심 사항이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운영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이상주 부총리가 지난 4일 대교협이 주최한 총장 세미나에서 ‘정원 동결’과 ‘학과제 전환 부분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기조강연을 마친 후 다음날 참석 총장들이 ‘대학에 자율 일임’ 등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교육부에 대한 대학의 불만 정도를 가늠하게 한다.
논란의 핵심은 물론 헌법에 명시된 학문 자유와 대학 자율을 어느 정도 보장하느냐에 있지만 문제는 정부가 포괄 위임의 성격으로 대학에 행사하는 권한이 지나치다는데 있다.
수원대 강인수 교육대학원장 등에 따르면 고등교육법 가운데 대통령에게 포괄 위임한 사항이 학칙 기재에서부터 제정, 개정 절차, 교원 및 조교의 자격 기준, 분교 설치, 대학원 종류와 학위과정 및 운영, 수업연한, 학생정원, 학생선발, 학위 종류, 시간제 등록 등 다양하다.
교육부령이나 권한, 보고, 명령 등의 의무사항도 대학의 예·결산 공개에서부터 수업료 징수, 대학 설립이나 폐지, 변경 인가. 시정요구, 휴업 및 휴교, 폐쇄, 교육과정 운영 등에 이르며, 크고 작은 행정지시나 공문 등을 합치면 교육부 지도 감독이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이 별로 없을 정도라는 것.
이러다 보니 대학은 명목만 자율 일뿐 보고와 지시 수행에 급급하고 학문 자유나 대학 자치에 대한 선택 권한은 별로 없다는 것이 일선의 불만이다.
교육부 조직을 해체하고 학계, 정·재계 및 학부모 대표가 참여하는 합의제 형태의 위원회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배경은 바로 이런데서 연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도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여전히 일부대학의 비리를 문제삼아 대학 전체의 자치와 자율능력을 일정 잣대로 통제하려는 20세기 정책을 펴고 있다”는 한 교육단체 고위 인사의 지적은 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다. <이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