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육부 쇄신에 대한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데다 잇따라 발생한 교육 현안 처리과정도 결국 과거 모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정책변화를 가져올만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섣부른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교육정책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벌어진 교단 갈등은 단순히 전교조나 교장단간의 문제라기보다 해방 후 지금까지 교육자치나 지배구도를 놓고 벌어진 보수·혁신세력간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연유한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할 제도나 정책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권단체들은 정부가 대화 창구를 마련해 여론을 수렴하는 정도로는 이미 교단내 불신 풍조나 갈등구도가 선을 넘었다는 주장이다. 반대했던 교육 정책이나 현안들이 잇따라 도입되거나 처리되면서 더 이상 들러리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피해 의식도 숨어있다.
정의교육시민연합 최현섭 대표(강원대 교수. 사회교육)는 “교단 갈등 해소를 위해 대책 기구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봉책으로 흐르는 기구가 구성되기보다는 본질에 대한 원칙과 자기성찰을 통해 철학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권단체들이 5월 중 가시화될 교육혁신기구 구성이나 사립학교법 개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재단이나 학교장에게 집중된 권한이 분산되지 않으면 교육 현장의 민주화나 질서는 잡히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정체성 의문은 사학법인이나 대학 총장그룹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방향에는 분명한 시각차를 보인다. 대학총장 출신의 현승일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현재 대학에는 교수협의기구만 가지고도 문제가 많은데 시민감시체제까지 가동하겠다는 것은 어떤 법적 근거냐”며 “교육부가 만들겠다는 사학분쟁조정기구 역시 더 많은 분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 관료들에 대한 그간의 불신이 정책 불신으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때문에 교육부총리 주변에 개혁 성향의 정책보좌그룹을 강화해 정책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교협 박상환 공동의장(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은 “아직 신중하게 처리과정을 지켜보겠지만 교육부의 최근 상황을 보면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교수회 법제화는 의지가 없는 느낌”이라며 “윤부총리를 보좌할 개혁 성향의 정책보좌그룹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의 한 고위 공직자는 “사립학교법이나 교수회 법제화 등은 이해당사자간 견해가 엇갈리고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마당에 교육부가 나서서 정책을 수립한다면 교단 갈등이 오히려 더 할 것”이라며 교육정책 수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세대 한준상 교수(교육)는 “교육문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사학법 개정 등 민감 사안은 지난 정부의 노사정위원회와 같이 들러리가 아닌 실질적인 위원회 구성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