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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리가 가야 할 대입제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31일 발표한 '2003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기본 계획'은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세부사항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체로 올해 도입한 2002학년도 입시의 기본 골격과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사실 수능고사나 대학별 본고사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그간의 대입제도는 큰 허점을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런 시험제도만으로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 능력이나 자질을 충분히 가려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의 우등생과 사회의 우등생이 별개라는 사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이것은 물론 사회적 모순 자체가 지닌 결과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이 아니다. 학교의 시험성적만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던 다양하고 무한한 능력이나 인간성, 가치관의 문제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생 선발이라면 모르지만 장차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될 엘리트 후보생들이 이렇게 선발돼 대학 서열화에 따라 평가되고 사회적 출세로 이어져 왔다면 이 나라는 OMR 카드의 사지선다형 문항에서 잘 찍는 재주 외에는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바보들이 마냥 판치는 나라가 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정시모집이나 올해 수시 모집에서 면접이나 논술시험이 당락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고교성적이나 수능고사만으로는 제대로 검증될 수 없었던 부분을 면접관이 직접 실시하는 심층 면접 방식을 통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결과로 당락의 순위가 바뀌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한 것이다.

원래 수능고사는 문자 그대로 수학능력만을 알아보는 고사이므로 그 점수를 무조건 당락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던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그런데도 당락순위를 정하는 절대기준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말썽이 일 수밖에 없었다. 심층적인 면접고사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심층 면접은 특히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옮겨주는 자율화의 의미도 크다. 학력고사나 수능고사 등이 국가에 의한 통제방식이라면 면접으로 당락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제도는 학생 선발권이 다분히 대학으로 이양되고 다시 각 학과 담당교수에게 이양됨을 의미한다. 자기가 가르칠 학생을 담당교수가 직접 가려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나라의 대입제도는 반세기의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후 21세기에 이르러서야 우리 사회가 바라는 우수 인재를 그 스승이 직접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이것이 소수대학에 한정되거나 수시 모집 때에나 제한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간의 입시제도가 지닌 온갖 문제를 어느 정도라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수능고사 다음에 이처럼 그 스승이 제자 될 사람을 직접 엄격한 검증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교수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따르고 또 공정성이나 객관성 시비도 따를 수 있는 만큼 대학과 정책당국의 면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교육 선진국도 대개는 이런 방법으로 성공해 왔고 모처럼 우리가 오랜만에 찾기 시작한 합리적인 길이란 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일형 기자 (news@unn.net) | 입력 : 01-09-01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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