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능고사나 대학별 본고사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그간의 대입제도는 큰 허점을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런 시험제도만으로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 능력이나 자질을 충분히 가려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의 우등생과 사회의 우등생이 별개라는 사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이것은 물론 사회적 모순 자체가 지닌 결과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이 아니다. 학교의 시험성적만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던 다양하고 무한한 능력이나 인간성, 가치관의 문제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생 선발이라면 모르지만 장차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될 엘리트 후보생들이 이렇게 선발돼 대학 서열화에 따라 평가되고 사회적 출세로 이어져 왔다면 이 나라는 OMR 카드의 사지선다형 문항에서 잘 찍는 재주 외에는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바보들이 마냥 판치는 나라가 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정시모집이나 올해 수시 모집에서 면접이나 논술시험이 당락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고교성적이나 수능고사만으로는 제대로 검증될 수 없었던 부분을 면접관이 직접 실시하는 심층 면접 방식을 통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결과로 당락의 순위가 바뀌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한 것이다.
원래 수능고사는 문자 그대로 수학능력만을 알아보는 고사이므로 그 점수를 무조건 당락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던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그런데도 당락순위를 정하는 절대기준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말썽이 일 수밖에 없었다. 심층적인 면접고사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심층 면접은 특히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옮겨주는 자율화의 의미도 크다. 학력고사나 수능고사 등이 국가에 의한 통제방식이라면 면접으로 당락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제도는 학생 선발권이 다분히 대학으로 이양되고 다시 각 학과 담당교수에게 이양됨을 의미한다. 자기가 가르칠 학생을 담당교수가 직접 가려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나라의 대입제도는 반세기의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후 21세기에 이르러서야 우리 사회가 바라는 우수 인재를 그 스승이 직접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이것이 소수대학에 한정되거나 수시 모집 때에나 제한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간의 입시제도가 지닌 온갖 문제를 어느 정도라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수능고사 다음에 이처럼 그 스승이 제자 될 사람을 직접 엄격한 검증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교수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따르고 또 공정성이나 객관성 시비도 따를 수 있는 만큼 대학과 정책당국의 면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교육 선진국도 대개는 이런 방법으로 성공해 왔고 모처럼 우리가 오랜만에 찾기 시작한 합리적인 길이란 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