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특수목적지원 사업 대부분이 한정된 예산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현실에서 지원 규모를 무작정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으나 차제에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와 대학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어떤 방향에서 재정을 배분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후 고등교육 재정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서울대 윤정일 교수(교육학)를 연구 책임자로 발간한 정책연구서 [대학지원 예산구조 및 지원방식 개선 연구]는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이른바 교육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나라들의 고등교육재정 지원 정책을 비교 평가하고 나름의 특성을 고찰하고 있어 국내 대학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줄만하다.
-. 고등교육 재정 건실 속 수준별 지원, 대학들 다양한 자구 노력도
□ 미국 : 고등교육비 지출 수준은 지난 98년 현재 GDP 대비 2.9%에 이를 만큼 건실하다. 미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 지출규모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으며,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지출 비율이 0.44%에 불과한 점에 비춰 볼 때 2.6배 규모다.
재정 확보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도 미국 고등교육의 질적 발전을 이끄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대체로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이 전체 재정의 80%에 이를 만큼 의존도가 큰 반면 미국의 경우 그 비율이 30% 미만으로 정부지원과 민간지원, 각종 수익 사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미국은 연방, 주, 지방정부가 역할을 분담해 수준별로 특색 있는 재정지원을 펴나간다. 연방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주로 연구분야와 국익에 밀접한 분야에, 주 정부는 공립대학세입 예산의 36%를 차지할 만큼 주로 공립학교에 재정지원이 집중되며, 지방정부도 우리와는 달리 전체 고등교육기관 교육비 세입의 3%를 담당할 만큼 수준별 재정지원이 이루어진다.
재정 확보에 대한 대학의 자구노력이 활발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미국 대학의 특성이다. 많은 대학에서 기부금 등 민간재원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위원회를 활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학총장이나 행정가 등 교육지도자의 주된 임무가 재정확보라 할 만큼 상당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특히 산업체와 긴밀한 협조관계 속에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대부분 장기계획을 갖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재정을 확보한다.
-. 고등교육에 투자 우선 순위 배정, 연구력 제고 위한 질 평가 노력도 철저
□ 영국 : 고등교육 재정 정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GDP 대비 교육비 지출 수준이 %%에 이를만큼 교육에 대한 높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등교육에 지출되는 공교육비가 전체 교육비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이 크다는 것도 특성이다. 전체 교육비 중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부담하는 교육비 부담율이 60%에 이르고 있으며, 나머지도 연구단체, 기부금, 각종 운영수익 등을 통해 재원이 확보된다. 심지어 영국이나 EU 거주 학생은 등록금 전액이 지원돼 고등교육 수준까지 충분한 교육기회가 주어진다.
고등교육재정기구(HEFCE) 등 정부와 고등교육기관 사이에 재정을 배분하는 중간기구가 존재해 정부가 고등교육을 직접 통제 감독하는 데서 올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학간 불균형 조절과 합리적 배분을 통해 최소한의 교육활동과 연구활동을 보장한다는 점도 영국 고등교육의 중요한 특성이다.
이박에 연구활동에 대한 질적 수준 제고 노력이 돋보여 교육 활동비의 경우 학생수 등을 고려한 공식을 통해 배분되지만 연구활동비는 철저한 연구업적과 질 평가를 통해 재정을 지원하며 연구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가구를 별도로 설치 운영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
-.사립대 재정 지원에도 점차 관심, 국립대 경영개혁과 독립행정법인화 추진 가속도
□ 일본 : 우리나라와 고등교육 체제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재정운영의 독립성이 약하고 학생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중등교육의 의무교육화는 고등교육에 대한 중요한 압박요인이 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학이 재정 압박을 감당하기 위해 학생 수를 늘려 교육여건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관점 변화와 자구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시사점을 던져준다.
두드러진 변화는 우선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의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국·사립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일본이 최근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국립대학은 연구 중심으로, 사립대학은 교육 중심으로 기능을 수행해 왔던 그간의 가치와 방식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사립대 운영비를 국가가 보조할 경우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방법 개발과 학교법인의 투명한 재정운용을 위해 재무상황을 공개하도록 유도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는 추세다.
국립대학 경영 개혁과 독립행정법인화 추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간 일본 국립대학 경영의 문제는 중앙 문부성에 의해 일괄 통제돼 특색을 살리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지역 밀착형 사립대학이나 공립대학이 신설되는 등 해당 지역 특성을 살린 공적 주제로 이양하는 추세. 특히 지난 99년 일본 문부성이 만든 국립대학 독립행정법인화의 방향은 교육 연구 특성에 맞는 자주성과 자율성, 자기책임이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