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이 선도 학문 연구자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등 특정 대학이나 영어, 상경계열 등 특정 학과 출신자에게 연구비를 집중하는가 하면 대상자 선정이나 사후 관리가 허술해 설립 취지에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실시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학진 감사는 쟁점이 적은 탓에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 관리 허술 : 권철현, 김정숙 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학진이 3백82억6천여만원을 책정, 선도학문연구자 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관리 부적정 사례가 모두 4천9백24건이나 됐다.
사례별로는 선진연구인력 장려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자격 미달자 6명을 지원했고 연구 결과 개요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61명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사후 관리가 미비했다, 또 박사후 연수과정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심사서 기재를 소홀히 한 경우 등이 1천5백13건이나 되며, 선도연구자 선정 심사 때는 필수적인‘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은 등 부적정하게 논문심사를 한 경우가 1천7백27건에 달했다.
이밖에 연구비를 받고도 기한을 안 지키거나 제출하지 않는 연구자가 여전해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비 제출 기준 강화에도 불구, 지난해 42.1%가 기한 내에 연구결과를 내지 않았으며 미제출 과제도 1백45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기한을 넘긴 과제가 1백61개, 미제출 과제가 2백9개로 교수들의 도덕적 헤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 편중 지원 사례 : 선도 연구자와 신진연구자 지원 모두 대학은 서울대 등 특정 3개 대학 출신에, 학과는 영어계열과 상경계열 등 특정 학과에 각각 편중돼 있으며, 해외 파견교수는 대부분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재정, 설훈 의원 등의 분석 결과 지난 4년간 교육부 수탁과제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 출신 지원 점유 비율이 전체 연구과제의 절반 이상인 55.6%∼61.6%, 영어, 상경 계열 편중은 지난해 외국어계열 중 영어계열이 41.3%, 상경계열이 41.4%를 차지할만큼 편중됐으며, 1백14명의 해외파견교수 중 76.3%인 87명이 미국에 집중됐다. 반면 보호학문 지원비의 경우 선도 연구자 지원비의 9.7%에 불과한 실정이다.
◇ 부당 선정 의혹 : 한국학 강의를 위해 외국대학에 파견한 교수 가운데는 미신청자 및 부적격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천, 박창달 의원 등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는 지난 99년 23명 중 12명이, 올해에는 25명 중 13명이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며 반대로 지난해 17명이 프랑스 루앙 대학으로의 파견을 지원했으나 한명도 선정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공모한 자격요건에 전혀 맞지않는 사람을 선정하는 등 교수 파견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 학진 입장 : 심사과정이나 집행과정상 공정성 등의 문제가 있었던 점은 시인하고 의원들의 지적사항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의 지적처럼 '학진의 예산 독립'이나 '기초학문 중점 육성책' 등에 대해서는 "자체 성격상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김성재 이사장의 말처럼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