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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의 동상을 되새기며
서울대 의대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작은 동상 하나가 눈에 띈다. 이미

오래 전에 세워진 히포크라테스의 동상이다. 의대생들은 이 앞을 지날

때마다 마음 속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하며 그의 정신을 새기도록

배려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은 물론 휴머니즘이다. 그리고 이것은 의술이 가져야

할 기본 정신이다. 의술의 기본정신이 휴머니즘이라면 의학은 휴머니즘을

자주 논하는 인문대의 문학이나 철학과목보다도 더 인문정신에 가까운

학문이다.

의술이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거룩한 휴머니즘인지는 예수의 행적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문둥병자와 눈먼 자와 앉은뱅이를 고쳐 주고 죽은

자까지도 살려주었다. 그것이 기적이든 아니든 간에 그처럼 고통받던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그 고통을 덜어주려 한 정신은 정말 아름답다.

더구나 남들이 멀리하고 돌로 치기까지 했던 더러운 문둥병자까지

만져주고 깨끗이 낮게 해 주었다는 가르침은 얼마나 거룩한 것인가?

불가의 정신도 그렇다. 불자들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 파리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자비를 배풀려는 마음이 불가의 정신이다.

이같은 생명사상은 휴머니즘에서 시작하여 그 이상으로 발전한 우주적

공존과 사랑의 정신인 셈이다.

의술은 이같은 휴머니즘과 생명사상을 근간으로 해서 발전해 온 것이다.

때문에 대학에 의대가 있고 부속병원이 있고 이곳에서 끊임없이

연구성과가 나오고 절망적이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진다는 것은

대학의 큰 보람이요 자랑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만큼 양적인 팽창과 함께 의학연구 수준도 높아졌지만 지금

서울대 의대 캠퍼스에 있는 히포크라테스 동상은 아무래도 한물 가버린

구시대 유물같다. 그만큼 생명존중의 기본정신과 휴머니즘이 퇴색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치료를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은 우리에게 참으로 뼈아픈 일이다.

사실 의학의 기본정신이 휴머니즘이라면 철학적 기본 정신과 함께 하지

않는 의술은 있을 수 없다. 왜나하면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에 의한 온갖

의술의 발달은 철학적 기본이 없이는 오히려 가장 반휴머니즘적인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이제 대학과 대학병원 종사자들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대표 사학으로 꼽히는 연세대가 의술을 배풀며

중생을 제도하는 기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세브란스 의대의 전신이 1885년의 광혜원이었고 그것이 곧 제중원으로

개명되고 다시 세브란스의학교가 되었으니까.

이렇게 시작된 의대 부속병원이 지금은 전국에 걸쳐 1백여개에 이르고,

역사가 길지 않은 대학병원들이 오히려 특정 분야 또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눈높이를 맞춰가는 의료서비스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그나마 안도하게 된다.

구 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히포크라테스 동상이 살아 일어나 휴머니즘을

논하고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정겨운 모습. 그 출발은 바로 지금

대학과 대학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일형 기자 (news@unn.net) | 입력 : 01-07-16 오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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