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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강의하는 외국인 학자
로저 에임스 미 하와이대 교수, 성균관대서 강의
"서양과 동양의 가치가 공존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파란 눈의 외국인 학자가 ‘동양철학’을 강의하기 위해 6백년 유교 전통의 ‘성균관대’ 강단에 섰다.

주인공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초청으로 내한, 지난 26일부터 닷새 동안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강의를 맡은 로저 에임스 미 하와이대 교수. 강의가 시작된 26일 성균관대 6백주년 기념관은 방학 중임에도 벽안의 서양인이 설파하는 동양철학 강의를 듣기 위해 모여든 인파들로 붐볐다.

에임스 교수는 동양철학을 연구하는 서양학자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실제로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서양인은 많지만 에임스 교수처럼 중국어, 일본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한자까지 자유자재로 쓰고 읽는 경우는 드물다.

에임스 교수가 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우연히 떠난 홍콩 여행길에서였다.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사람, 문화, 사상들 모두가 낯설고 신기했지만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구요.”

특히 당시 홍콩에서 사귄 동양인 친구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보고 동양인의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설파하는 철학적 이론들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비교, 설명하는 이른바 ‘비교철학’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서양 철학자인 동료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서양 사람들의 시각에 맞는 ‘동양철학’을 소개하는데 공을 들이며 ‘새로운 철학적 시각’을 찾으려 노력했다.

“서구의 ‘자유주의’나 ‘공동체주의’는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유교’는 인간을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존재로 인식해요. 그래서 유교에서는 인간을 논할 때 언제나 ‘가족(家)’에서 시작합니다.”

에임스 교수는 ‘세계화=서구화’ 식의 세계관에도 경종을 울렸다.

그는 “‘한국인’은 ‘미국인’이 될 수 없다”며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는 이루되 동일화되지 않음)’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강대국이지만 유럽을 제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교류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것처럼 근대화, 세계화가 결코 일방적인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구학자들은 인권상황 등 아시아에 대해 많은 것들을 걱정하지만 동양철학에서 강조하는 ‘예(禮)’야말로 현대 시민사회에서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에임스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도 ‘예’의 부족에서 찾았다. 그런 점에서 동양철학은 사람들에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임스 교수의 강의는 오는 30일까지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씩 성균관대 6백주년 기념관에서 진행된다.

김미경 기자 (news@unn.net) | 입력 : 04-01-28 오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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