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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 부총리 VS 정운찬 총장
온형주 기자
요즘 윤덕홍 교육 부총리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고교 평준화 문제를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신경전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윤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고교 평준화 방침’에 관한 교육부 입장을 천명하기 위해서였다. 윤 부총리는 이날 “평준화는 의무교육이며 보편 교육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평준화는 하루아침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9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한국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서 “강남의 부동산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면서 “고교 평준화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요인이기에 고교 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교육계 두 수장의 이같은 대립은 외형적으로만 따져 보면 정부 서열 2위의 부총리와 일개 국립대 총장간에 벌이고 있는 일종의 해프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서울대 총장이 잇따라 주장하는 내용이다 보니 평준화를 당연히 받아들이던 국민들도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사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단순한 교육적 문제 차원을 넘어 ‘이념적’ 갈등의 소지까지 내포하고 있는 지극히 민감한 차원의 문제이다. 교육과정과 학교선택, 대입전형, 학교간 격차해소 등의 피상적인 차원의 교육문제 범주를 넘어서 정치체계가 지향하는 이념과 사회 정의, 기회 균등 등의 정치·사회적 맥락 까지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평준화 논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정책 논쟁으로 까지 확대 해석되는 것이 현실이고 그런 현상은 지금도 대한민국 사람들을 두 편으로 갈라 첨예하게 대립하게 만들고 있다.

기자가 생각하는‘고교 평준화 정책’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선뜻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의 집값 폭등 문제만 해도 그 원인이 공교육의 부실에 기인하는 한 가지 문제가 아니라, 강남지역의 주택공급부족과 편리한 사교육환경, 쾌적한 주거환경, 넘쳐나는 투기성 자금의 유입 등 여러 가지 원인과 결합되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논의한 뒤 풀어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 현안을 두고 우리나라 교육계의 두 수장이 양쪽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을 내듯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산적해 있는 교육현안들을 순수한 ‘교육’적 차원으로 풀 수 없다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반증하는 것 같아 요즘 두 사람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온형주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11-01 오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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